숨고르고 있는 공수처, 내일(5일) 체포영장 재집행 나설까
입력 2025.01.04 12:13
수정 2025.01.04 12:16
공수처, 4일 외견상 차분한 분위기…3일 청사 주변 둘러쌌던 경찰 차벽 철수
3일 대통령경호처와 대치한지 5시간 30여분 만에 체포영장 집행 중지
곧바로 재집행 나서기보다는…차분하게 후속 조치 검토할 필요 있다는 분위기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발부되면 수사에 속도 붙을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대통령경호처 등과 대치 끝에 일단 물러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열을 정비하며 다음 순서를 고심하는 모양새이다.
경호처가 아직 입장을 바꾸지 않고 지난 3일처럼 또다시 저지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돌파할 대응책과 경찰 지원인력 보강 등을 검토할 시간을 가진 뒤 5일쯤 집행을 재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과 다르게 이날은 외견상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용차량은 모두 주차돼 있고 전날 청사 주변을 둘러쌌던 경찰 차벽도 철수한 상태라고 한다.
공수처는 전날 오전 6시 14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한남동 관저로 출발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오전 8시 2분쯤 관저 입구 안으로 진입했지만, 경호처와 군부대에 가로막혀 관저 200m 앞 지점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호처는 공수처가 집행 시작 약 5시간 30분 만인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할 때까지 200여명의 인력과 차벽을 동원해 강하게 저항했다. 영장 집행이 중지된 이후에는 오히려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가 "법적 근거 없는 무단 침입"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수처 내부에는 곧바로 재집행에 나서기보다 차분하게 후속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다,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간 이견도 일부 드러난 만큼 경찰과 협의할 시간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날 경찰에서는 영장 집행을 막는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공수처는 수적 열세 상황에서 자칫 충돌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영장 집행 불응' 방침을 고수하면 사실상 물리적 충돌 없이 영장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수처는 전날 오후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일단 최 대행에게 공문을 보낸 뒤 회신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6일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재집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수처는 기한 내에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서는 방안뿐 아니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최장 20일 동안 구금해 수사할 수 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체포를 통해 혐의 사실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윤 대통령이 체포를 거부하면 이 단계를 건너뛰고 조사 없이 구속영장 청구로 직행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만약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되면 '공수처는 내란 수사권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잃는 만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힘을 얻고 수사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