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부터 제주항공 참사까지…최상목, '진짜 눈물'의 일주일
입력 2025.01.04 08:00
수정 2025.01.04 08:00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여권 거센 비판
국무회의서 '진짜 눈물' 흘린 최상목
중대본부장 역할에, 경제수장 역할도
1인 4역 수행, 눈코 뜰 새 없는 일정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자리에 오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및 경제부총리가 '진짜 눈물'의 첫 일주일을 보냈다.
최 권한대행은 한 총리가 결정을 미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탄핵당한 결정적 사유였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여당과 다수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았다. 헌법재판관을 3명이 아닌 2명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야당 역시 최 권한대행을 압박했다.
여기에 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 자리에 오른 지 이틀 만인 지난해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역할까지 1인 4역(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중대본부장)을 맡으며 고군분투했다. 경제 수장이자 평생을 경제 관료로 일해온 최 권한대행이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헌법재판관 기습 임명한 최상목…여권 집단 반발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정례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 후보자)을 임명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밝혔다. 비공개로 전환된 국무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격하게 반발했고, 최 권한대행은 회의 직후 몇몇 국무위원 앞에서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비공개 국무회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반대 의사를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입장에 선 국무위원들은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처사" "한덕수 총리도 내리지 못한 결정을 국회 임명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장관급 권한대행이 내릴 수 있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에게 "사직하시라"는 말까지 나오자, 최 권한대행은 "항공 사고만 아니었더라면 나도 사직하려고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해 온 여권에서도 일제히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곧바로 '국무회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결 관련 입장문'을 내고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에서는 '집단 사직서'가 나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진은 다음날인 1일 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만류와 함께 최 권한대행이 사의를 반려하면서, 정 비서실장은 다시 업무를 수행 중이다.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헌재의 빠른 판결'이라는 얻을 것은 얻은 민주당은, 일단 여론 역풍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 권한대행 탄핵까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여권 지지를 잃은 최 권한대행의 향후 행보가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제주항공 참사 현장 찾고, F4 회의도 복귀
한편 최 권한대행은 제주항공 참사 이후 중대본부장으로서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 중이다. 최 권한대행은 3일까지 총 8번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두 차례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희생자·유가족을 위로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선 참사 유가족 긴급 생계·돌봄 서비스 제공과 사고 원인 등 한미 합동 조사 관련 조속한 협의 및 증거 수집·분석 등을 당부했다.
본래 업무인 경제 수장으로서의 업무에도 복귀했다. 현재 계엄~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근접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 대행은 이날 오전 7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주재하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향후 매주 직접 F4 회의를 주재해 시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1인 4역 업무로 인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F4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으나, 앞으로는 경제 분야도 업무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대행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중기중앙회·범금융 신년인사회 등 경제계 신년회도 살뜰하게 챙기며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