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속도전…1차 14일, 2차 16일 변론기일

윤 대통령 불출석 대비해 2차 변론기일도 미리 지정…오는 16일 오후 2시 진행

국회 측 "尹 측, 소추의결서 제대로 답변 안 해…사실상 심리 지연하고 있는 것"

尹대통령 측 "우리가 소송 지연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그렇게 왜곡하지 말라"

"대통령이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봐…한 마디만 나가면 난도질당하고 있어"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 절차를 종결하고 오는 14일부터 정식 변론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에 접수된지 21일 만이다.

헌재는 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소심판정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사건 2회 변론준비절차 기일을 마무리하고 1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2차 변론 일시도 오는 16일 진행하겠다며 미리 지정했다.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본인이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정한 것이다.

헌재법에 따라 정식 변론에는 당사자가 출석해야 한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종료하고 다음 기일을 정하되, 두 번째 기일에도 불출석하면 당사자 없이 재판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입증 계획 부분이 너무 방대하다"며 변론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아울러 탄핵심판 심리를 위해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 기록을 확보해달라는 국회 측 요청(인증등본 송부 촉탁)을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정한 헌재법 32조 단서를 근거로 반발했다.

그러나 이미선 재판관은 "수사 기록은 이 사건 소추 사유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심리에 필요한 자료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헌재법과 심판 규칙 등을 근거로 "32조 단서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일에서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은 '심리 지연'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지연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지연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적 혼란이 계속되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사태를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만약 윤 대통령 측의 태도를 봐서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보이면 변론 절차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깃발.ⓒ연합뉴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우리가 소송 지연해서 얻는 게 뭐냐. 그렇게 왜곡하지 말아달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청구인 측에 (탄핵 이유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증거를 제출한 것은 언론보도밖에 없어서 소추의결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청구인 측이) 제출하지 않아 (저희가) 답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국회의 탄핵소추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탄핵 심판에서는 당사자가 충분히 주장할 시간을 달라고도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저희는 정말 상상초월로 고립된 약자의 형태가 돼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며 "한 마디만 나가면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군대를 투입했다고 하면 언론에서 내란 저지른 것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 나오고 말 한마디 가지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며 "언론이 지금 워낙 적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서도 "물리력을 동원해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면 나머지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횡행하면서 헌정질서를 진정한 내란으로 몰고 있다"며 "조속한 가처분 결정을 내려서 법치 파괴적 무질서와 힘의 지배를 물리치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