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코스피 약세장 주범 지목…새해엔 반등 신호탄 쏠까
입력 2025.01.03 07:00
수정 2025.01.03 07:00
작년 코스피 시총 184조 감소…삼전 비중 85%
반도체 업황 우려에 외인 10조5200억 순매도
4Q ‘어닝 쇼크’ 전망…투심 회복에 시간 필요
지난해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의 부진이 두드러졌던 한 요인으로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지목된다. 새해 코스피지수가 상승 국면에 들기 위한 조건으로 삼성전자의 반등세가 절실하나 반도체 업황 우려가 여전해 투심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963조3288억원으로 연초(2024년 1월 2일 기준) 2147조2239억원 대비 8.56%(183조8951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시총은 475조1957억원에서 319조3834억원으로 32.79%(155조8123억원) 줄었다.
작년 코스피 전체 시총 감소분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4.73%에 달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가 32.23%(7만8500→5만3200원)로 하락하며 지수도 9.63%(2655.28→2399.49) 내렸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외국인 수급 이탈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작년 한 해(2024.1.2~2024.12.30) 동안 코스피 주식을 2조7464억원 순매수하면서도 삼성전자는 10조5197억원이나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순매도 기조를 보이며 지수 하방 압력을 높였는데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19조1979억원으로 코스피 순매도 19조1416억원을 상회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에만 매도 주문을 쏟아낸 셈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작년 외국인 순매매 동향을 집계해보면 특이한 현상이 하나 관찰되는데 삼성전자 한 종목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한국시장에서 12조원 가까이를 순매수했다는 점”이라며 “12월 탄핵 정국 이후 은행 등 여타 업종으로 매도세가 번지고 있긴 하나 주류라고 보긴 어렵고 여전히 외국인 매도의 70%는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투심 악화 배경으로는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수요 약화와 재고조정 진행으로 업황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9조1834억원을 기록하며 증권가 추정치(컨센서스)인 10조7717억원을 14.75%(1조5883억원) 밑돌아 ‘실적 충격(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에 작년 4분기 실적도 어닝 쇼크 가능성이 거론된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8조9732억원이나 이보다 1조원 이상 미치지 못하는 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 파운드리 적자 지속 등에 따른 여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도 내려가고 있다. 국내 25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8만1320원으로 직전 목표가(8만6640원) 대비 6.14%(5320원) 내려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주가 하락의 주 요인”이라며 “4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나 전 저점 부근에서 바닥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와 원·달러 환율 상승,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4분기 코스피 기업이익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는 투심 회복의 시간이 걸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을 위한 중요 지표로 지목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전망치 부합 여부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방향성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중국 경기부양책과 재고 조정에 따른 중국 모바일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