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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올해만 40조↑…정책 엇박자 '부채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2.29 06:00
수정 2024.12.29 06:00

1~11월 중 39조7000억 폭증

DSR 2단계 연기 등에 '발목'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안내문. ⓒ 연합뉴스

올 한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서도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은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국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경제성장률 이내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는 원칙은 변함없다는 기조이지만, 실수요자와 지방에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3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9조원 감소, 지난해 10조원 증가와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다. 올해 가계대출은 3월까지 3조9000억원이 감소했으나, 4월부터 증가로 돌아서면서 7개월간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전월 대비 9조7000억원이 늘며, 3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주택매매와 전세,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곧바로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창구 지도’에 나서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은 월 5조~6조원 수준으로 잦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더욱 옥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당초 예정된 7월이 아닌 9월로 시행하겠다고 공표해 논란을 샀다. 시행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시행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지만,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우려해 대출 규제를 미룬 것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했던 금융당국이 정작 규제 적용을 미루면서 대출 수요를 오히려 자극시킨 모양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나서 "당시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정책조합을 찾아갔던 것"이라고 해명도 했으나,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 연기로 7~8월에만 가계대출은 14조9000억원이 불어났다.


정책대출 공급 확대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지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금리가 연 1%대인 '신생아 특례대출'이다. 국토교통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문턱을 대폭 낮춰 공급했다. 관련 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시행 6개월 만에 7조원이 넘는 대출 신청이 이뤄졌다.


이같은 이유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집 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락가락' 규제로 금융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 원장은 7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권을 압박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한 달 사이에만 20번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이 고금리로 은행권 배만 불린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다시 '금리 인상'이 아닌 다른 대책을 요구했다.


결국 금융위원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는 은행 자율에 맡긴다"며 혼란을 수습했다. 이 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에게 혼선과 불편을 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대출 압박 기조를 이어간다.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예고돼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DSR 산정 대상은 1·2금융권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2단계와 비교하면, 소득 1억원 차주가 대출금리 4.5%, 30년 만기로 받았을 때 수도권의 경우 변동형은 1400만원, 비수도권은 4400만원이 줄어든다.


다만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과 내년 경기침체로 당국의 대출관리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가계 대출 총량 한도가 새로 생겨나고, 내수 부진에 대출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새해부터 생활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상향하고, 비대면 대출을 재개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실수요자와 지방 부동산 대출은 대출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사태와 경기 침체로 금융당국도 마냥 대출규제를 지속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다주택자 등에는 보수적인 대출 태도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실수요자 중심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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