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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털자"… 분주해진 아시아나항공, 왜 국내선만?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12.23 14:59
수정 2024.12.23 14:59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항공편 확대 공급

한달 걸쳐 3차례 프로모션… 총 2만4000석

국내선 한정… "제주 노선 수요 가장 많아"

유류비 및 인건비↑, 국제선 공급 어려울 듯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과의 본격적인 합병에 앞서 부채로 간주되는 마일리지를 최대한 털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에 한정해 공급하면서 여전히 마일리지로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선 비즈니스, 퍼스트 좌석을 탑승하기 위해 마일리지를 쌓아온 소비자들은 향후 대한항공과 마일리지 통합 시에도 제값에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울며 겨자먹기로 마일리지를 소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김포~제주 노선의 보너스 항공권 9000석을 추가로 공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주 노선에 보너스 항공권을 공급한 건 지난달 초부터 이번이 세 번째다. 약 한 달간 공급한 보너스 항공권 좌석은 총 2만4000여석에 달한다.


이번 3차 프로모션 항공편은 총 9000석으로, 지난 2차 프로모션과 동일한 ▲김포→제주 3편 ▲제주→김포 3편으로, 매일 6편씩 총 84편을 공급한다. 주말 및 평소 예약률이 높은 선호 시간대 항공편을 포함해 오전 출발편 3편, 오후 출발편 3편으로 구성된다. 편도 기준 이코노미 5000마일, 비즈니스 6000마일이 공제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제주 노선의 보너스 항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 추가적인 좌석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급한 1,2차 프로모션 당시 예약율은 평균 98% 수준이다.


항공사가 보너스 항공권을 별도로 수천 좌석씩 마련해 제공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인원이 절반도 타지 않았어도 항공기를 한 번 띄울 때마다 인건비에서부터 연료비까지 최소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 되기 때문이다. 비용을 받지 않고 마일리지 고객으로 좌석을 채우는 것은 사실상 적자 운행인 셈이다.


이를 무릅쓰고 보너스항공권을 확대한 바탕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꼽힌다. 대한항공은 햇수로 4년 간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 11일 신주인수를 위한 잔금 8000억원을 모두 지급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품었다.


마일리지는 사용하지 않고 쌓여있을 경우 재무제표상 항공사의 부채로 인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부채는 약 9819억원, 대한항공의 경우 2조5532억원에 달한다. 그대로 합병된다면 향후 통합된 대한항공이 3조가 넘는 부채를 끌어안게 되는 셈이다. 합병 전 잡음을 없애기 위해선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해야한다.


아시아나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당장 사용하지 않았을 때 향후 불거질 소비자 불만도 불가피하다. 당장 2년 간은 자회사 체제로 각자 운영되지만, 2년 후 양사가 통합될 때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아시아나 고객들은 1:1 비율로 전환을 요구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이 시장의 평가와 가치가 다른 만큼 대한항공 측에서 전환비율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 2025년 6월까지 양사간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보고하고, 이후 면밀한 협의를 거쳐 고객 대상으로 이를 고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피인수 입장인 아시아나항공으로선 통합 전 2년 간 자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동안 최대한 소진 시키는 방안 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사 고객들의 경우 항공사가 운영하는 마일리지샵을 이용하기보다는 당초 보너스항공권을 이용하겠다는 목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보너스 항공권만큼 효과가 좋은 대체 방안이 없는 만큼 앞으로의 추가 공급도 기대해볼 만 하다.


다만, 국내선에 마일리지 항공권이 한정돼있단 점은 우려 요소다.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해보기 위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왔던 소비자들은 여전히 마일리지를 소진할 곳을 찾지 못한 셈이다. 마일리지 항공권이 국내선으로 제한될 경우, 향후 대한항공에 더 낮은 마일리지로 통합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국내선 항공권 또는 마일리지샵을 이용해야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제주 노선에 한정해 마일리지 항공권을 공급한 이유로 '수요가 가장 많다'는 점을 들었지만, 사실상 국제선까지 확대해 공급할 경우 비용 면에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번에 마일리지를 많이 소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좌석당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국내선 대비 높은 만큼 마일리지 항공권을 늘려 얻는 손해도 크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제주 노선에 공급량을 늘린 것은 그만큼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였다"며 "국제선 수요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제주 노선의 수요가 가장 높다. 예약율이 98%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항공사가 부채를 덜기 위해 마일리지 항공권을 확대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선택할 기회도 주어져야한다고 보고 있다. 합병이라는 목적이 없었을 때 보너스 항공권이 수만 좌석씩 공급된 전례가 희박하고, 향후 통합된 항공사의 독과점 우려를 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는 "두 개 밖에 없는 대형항공사를 하나로 합치면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물론 마일리지 소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라며 "두 항공사 통합하며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러 보너스항공권을 늘리고 있는 거라면 마일리지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열어주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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