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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S90, 주머니 사정과 자부심 함께 지켜주는 '스윗함'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12.23 06:00
수정 2024.12.23 06:00

볼보 S90 B6 울트라 브라이트 시승기

있을 거 다있는 최상위 세단+마일드 하이브리드

한국인 딱 맞춘 쉬운 운전, 티맵 내비까지

풍족한 럭셔리 감성 대비 친절한 가격대

S90 ⓒ볼보자동차코리아

3년에 한 번 페이스리프트, 5년에 한 번은 완전 변경 모델이 나와줘야하는 한국 시장에서 예외인 브랜드가 있다면 단연 볼보가 아닐까? 전 라인업을 통틀어 최근 모델 체인지조차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볼보 차는 없어서 못산다는 아우성이 들끓는다.


최상위 세단인 볼보 S90은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SUV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서도 브랜드 내 판매량 탑 3에 홀로 이름을 올린 유일한 세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볼보 S90 B6 울트라 브라이트 트림, 가격은 7400만원이다.


S90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아쉬울 점이라곤 눈 비비고 봐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외관. 시그니처인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아무리 멀리서 보더라도 존재감을 숨길 수 없다. 하위 모델인 S60과 비교했을 때 준대형 다운 널찍한 얼굴 덕에 헤드램프가 가로로 더 찢어지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헤드램프와 함께 볼보를 대표하는 특유의 그릴 역시 더 웅장하다. SUV 모델의 그릴이 위아래로 조금 더 넓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단이기 때문에 가로로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날렵하고 섹시한 느낌이 배가된다. 세단, SUV를 불문하고 '볼보 강국'이 된 데에는 시대를 타지 않는 얼굴이 자리하는 듯 하다.


S90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세단이라서 독특해진 디자인은 얼굴보다도 뒷태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SUV 모델들이 번개모양으로 길게 떨어지는 리어램프를 갖고 있다면, 세단은 ㄷ 자 모양을 하고 안쪽으로 깊숙이 패인 램프가 눈길을 끈다. 덕분에 중앙의 볼보 레터링을 제외하곤 남는 공간 없이 꽉 들어찼는데, SUV가 젊고 스포티한 느낌이라면 S90은 세련되고 풍족한 느낌을 준다.


내부로 들어서면 볼보 전 라인업을 아우르는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크리스탈 기어 노브, 진한 베이지색의 시트,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나뭇결 느낌을 내는 곳곳의 디자인 요소가 그렇다. 최상위 세단에 하위급에는 없는 특별한 디자인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볼보의 어떤 차를 타도 같은 감성이 유지된다는 점은 한국인을 감동시키는 또 다른 요소가 아닐까 싶다.


S90 인테리어 ⓒ볼보자동차코리아

디자인 컨셉은 같지만, 시트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개방감은 최상위 세단임을 순식간에 증명해주는 요소다. 시트는 몸을 감싸듯 편안하고,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룸도 넉넉하게 느껴진다. 5m의 전장에서 나오는 뒷좌석의 공간감은 말할 것도 없다.


다소 옹졸한 크기의 중앙 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 양쪽에 날개처럼 배치된 송풍구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눈 감아줄 수 있었던 건 고도화된 인포테인먼트 때문이다. 볼보의 인포테인먼트는 한국형 소프트웨어를 위해 300억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공동개발됐는데, 덕분에 처음 타보는 상황이더라도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S90에서는 평상시 모바일 티맵 어플리케이션을 애용했던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켜지 않고도 내재화된 티맵을 이용할 수 있다. 티맵의 인공지능 비서 '누구'도 기본 탑재됐는데, 주행 중 '아리아'를 외치고 원하는 기능을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차량 내 AI 비서를 탑재하고 있지만, 한국인 데이터를 잔뜩 쌓은 티맵의 똑똑함은 상위 럭셔리브랜드와 견줘도 지지 않는다. 연식과 상관 없이 인포테인먼트의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을 흔든다.



S90 인테리어 ⓒ볼보자동차코리아

외관에서 느낀 '적당한' 럭셔리의 만족도를 배가시켜주는 건 가속페달을 밟고난 후부터다. 적당하지 않은 묵직한 힘과 최상위 세단 다운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S90 B6 모델은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 kg∙m를 발휘한다.


특히 이 모델에 적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은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결합된 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48V 배터리가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약 14마력의 추가적인 출력을 지원해준다.


S90의 주행감은 초반 가속력에서부터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다. 커다란 몸집 탓에 빠른 응답성과 날렵함은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날쌔게 튀어나간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과연 최상위 세단답다. 그간 SUV 신차들에 익숙해져 '어쩔 수 없다'고 치부했던 요소들이 S90에선 양보없이 채워졌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정석대로 돌아내는 코너링 실력과 당황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실내가 그렇다.


럭셔리 수입차에서 이질감을 느끼던 국산차에 길들여진 몸은 S90에선 비교적 적응이 쉬웠다. 정숙함, 안정성 면에선 우월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값비싼' 주행감은 덜어낸 모습이었다. 국산차를 애용하다 벤츠, BMW에서 이질감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볼보에서는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탑재된 덕에 커다란 몸집에서 연비까지 챙길 수 있다. 한자릿수 연비를 예상했으나, 시승을 마친 후 확인한 연비는 12.3km/L. 국산 풀하이브리드차 보다야 아쉬운 수준이지만, 수입 럭셔리 브랜드치고는 준수하다. 2종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돼 공영 주차장, 공항 주차장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단 점도 만족스럽다.


S90 ⓒ볼보자동차코리아

럭셔리 수입 세단을 구매하고 싶은데 벤츠와 BMW의 장벽이 높다면 볼보 S90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또 있을까? 한국인들에게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덕에 자동차 브랜드에 큰 관심이 있지 않고서야 브랜드 급을 구분하기 어렵단 점도 S90 오너에겐 '땡큐'다.


달리는 기차안에서 봐도 구분할 수 있는 '볼보'의 얼굴과, 누굴 태워도 부끄럽지 않은 편안한 주행감까지. 크게 바뀔 일 없는 외모 탓에 새 차의 느낌은 덜할 지라도, 시대를 타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오래도록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겠다. 친환경차가 대세인 요즘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도 장착했다는 점은 가슴 한 켠의 양심마저 채워주는 요소다.



▲타깃

-하차감도 가성비도 중요한 당신

-SUV 전성시대라지만… 고집있는 세단파


▲주의할 점

-새걸 샀는데 새것 같지 않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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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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