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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보다 생존이 먼저"… 혼다+닛산 합병, 르노 동맹은?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12.19 14:29
수정 2024.12.19 14:29

日 자동차 업체 혼다-닛산 합병 검토

전기차 전환 늦었다… BYD 밀려 수익성 악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향방은

르노, 닛산 지분 매각하고 中 지리와 동맹 강화할 듯

마코토 우치다(왼쪽) 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자동차 CEO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2위, 3위를 다투지만 중국 BYD 등 신흥 강자가 세력을 키우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기감이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이 단적으로 가시화된 사례다.


생존을 위한 양사의 합병 과정에서 기존 르노, 미쓰비시와의 3자 연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1993년부터 31년간 협력해온 얼라이언스의 결과물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만큼 르노가 닛산 지분을 매각하고 지리그룹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NHK 등에 따르면 최근 혼다와 닛산은 기업결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합병은 지주회사를 두고 산하에 들어가는 방식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체제로 편입된 두 회사가 각 브랜드를 독립 운영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일본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면에서 볼 때 (양사 합병)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혼다와 닛산 모두 합병과 관련해 "다방면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내에선 부동의 2위, 3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업체가 한집살이를 준비하는 바탕에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중국 BYD 등 전기차 업체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내연기관차로 부귀영화를 누렸던 두 업체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특히 닛산의 경우 내연기관 개발을 포기하고 올인한 전기차 투자로 인해 수익이 크게 나빠졌다.


업계에선 양사 합병에 대해 서로 얻을 것이 있는 합리적 베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닛산은 그간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혼다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현재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지나는 동안 혼다의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을 통해 판매량 및 수익성을 유지하고, 닛산이 투자한 전기차 기술과 혼다가 추진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개발 속도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순위 역시 현대차를 제치고 도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혼다와 닛산의 글로벌 판매량을 합치면 총 735만대로, 현대차(730만대) 대비 5만대 많다.


30년 이어온 르노-닛산 연합 향방은?… 中지리 협력 확대 가능성

그간 닛산, 미쓰비시와 협력관계를 이어왔던 르노와의 관계 정리도 주목된다. 르노는 닛산 지분 3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1993년 3사는 상호출자하는 형태로 제휴를 맺어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다.


혼다가 닛산을 인수하는 그림대로라면 르노까지 합류해 4사가 합병할 가능성도 있지만, 닛산의 수익이 크게 악화된 반면 르노는 경영 상황이 개선된 만큼 르노가 닛산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크다.


내연기관 시대와 달리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통한 뚜렷한 결과물이 없단 점도 고민 요소다. 르노는 현재 닛산, 미쓰비시와 합작법인 '암페어'를 세우고 전기차 분야를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르노가 닛산과 달리 뚜렷한 협력 결과를 내고 있는 지리그룹과의 동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르노그룹은 중국의 지리그룹, 사우디 아람코와 '호스 파워트레인'이라는 합작사를 세워 각각 45:45:10의 지분을 갖고 협력 중이다. 최근 르노코리아가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 역시 지리그룹이 소유한 볼보의 CMA 플랫폼을 사용했다.


최근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업체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혼다와 닛산의 합병 이후 생존을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몸부림도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GM과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 등 전방위적 협력 관계를 맺었고, 토요타와도 수소차 분야를 협력하기로 했다. BMW도 토요타와 수소차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스텔란티스는 립모터와 전기차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아무리 잘 되던 회사라도 자동차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혼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충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이미 전기차와 관련한 협력은 이어온 사이다. 합병 역시 오래전부터 논의된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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