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도입 20년…“출자자 다변화·밸류업 역량 강화해야”
입력 2024.12.11 17:22
수정 2024.12.11 17:27
성장→성숙 단계 진입…질적 성장 위한 과제 산적
지속적·안정적 자금 조달 위한 투자자 확대 필요
내년 전망은 긍정적…“매크로 변수 감소로 회복세”
국내 시장에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 된 가운데 추가적인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서는 출자자 유형의 다변화와 오퍼레이션(운용) 밸류업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PEF 20년 성과와 전망’ 세미나에서 “종합적으로 국내 프라이빗에쿼티(PE)는 제도 도입 취지에 부응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으나 추가적인 도약을 위한 과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PE 제도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대항마를 국내 자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지난 2004년 도입됐다. PE는 지난해 말 기준 결성액이 136조4000억원으로 지난 19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0.6%다. 운용사 수는 지난 2007년 35개에서 지난해 말 422개로 급증하며 PE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PE는 국내 M&A 시장의 핵심 주체로서 국내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선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PE의 지난 2010년 초반 거래규모 및 건수는 전체 M&A 거래의 10% 미만이었으나 2020년대 들어 거래규모와 건수가 각각 30%, 40%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는 “국내 PE는 제도 도입 이후 끊임없이 발전 과정을 밟아왔다”며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운용의 질, 경쟁구도 및 기업·산업의 구조 기여 측면까지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PE가 성장 단계를 거쳐 성숙 단계에 진입한 만큼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가 산적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향후 국내 PE 발전을 위한 과제로 ▲출자자 유형의 다변화 ▲가치제고를 위한 오퍼레이션 밸류업 역량 강화 ▲해외투자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글로벌 브랜드 구축 ▲대외소통을 위한 업계의 노력 등을 촉구했다.
특히 출자자 유형의 다변화에 힘을 실었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PE 시장에서는 출자자가 연기금·기업·금융회사 등 세 가지 유형 밖에 없다”며 “해외와 비교했을 때 일부 출자자 유형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조로운 출자자 구성은 특정 유형의 자금관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안정성과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규 자금원 개척이 동반돼야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만큼 초고액자산가·패밀리오피스 등 다양한 주체들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PE가 관련 조직에 대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수익 창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 PE는 성장성·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밸류업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오퍼레이션 밸류업을 PE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역시 밸류업을 통해 임직원의 동기부여, 협력사의 협력 등이 동반되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공감했다. 임 회장은 “밸류업이 이뤄져야 사모펀드가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경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양적 성장을 위한 업계의 사모펀드 성과 홍보로 이미지 제고라는 질적 성장까지 이끌 수 있다”며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업계의 장기적인 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기에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PE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부진이 내년에는 회복세에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주요 매크로 변수들의 영향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선주 삼일PwC경영연구원 이사는 “연말로 갈수록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국가들의 정치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투자 제반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의 엑싯(투자회수) 압력 증가,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변화 필요성 등이 누적되며 PE 시장의 회복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소부장,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의 부문에서 향후 투자 집중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