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 아동 보험금 청구 분쟁 급증…공적 지원 필요성 커져
입력 2024.12.08 12:00
수정 2024.12.08 12:00
발달장애 치료비 손해액 5년간 10배 ↑
일부 아동 의료기관 모럴해저드 발생도
미국·호주·일본 복지제도 내 적극 지원
"가족과 민영보험에 대한 의존도 낮춰야"
ⓒ게티이미지뱅크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보험사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료비를 공적 지원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손의료보험 같은 민영보험을 통한 보장보다 국민건강보험 같은 공적제도를 거쳐 국가가 부담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8일 발표한 '해외 발달지연 아동 조기개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나 실손보험 발달지연 치료비 관련 손해액은 최근 5년간 약 10배로 증가 중이며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등의 발달치료 전문과가 아닌 비전문과 청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발달지연 치료비 청구 건의 경우 실손보험의 지급 영역인 '의료적 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소위 '사무장 병원'으로 지칭되는 비전문과 부설 치료센터의 변칙적 운영 사례 등이 증가하면서 지급 반환 소송이 제기되는 등 발달지연 치료 공급자 시장의 혼탁함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달지연 치료와는 무관한 민간 자격증 보유자가 병원 부설 기관에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치료사가 의사를 고용해 소견서를 작성하고 실손보험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보험사기가 적발 된 바 있다.
더 나아가 장애 수준의 발달지연을 보이는 일부 아동들도 장애 진단을 미루거나 의료기관에 해당 지급 코드 변경을 요구함으로써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 충당을 하는 등 수요 측 모럴해저드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부설 치료센터의 난립으로 상대적으로 서비스 단가가 저렴한 공공 및 사설 발달치료센터의 치료사들이 병원 쪽으로 유입되면서 치료비 단가가 급증하고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프로그램이 중단됨으로 인해 발달장애 인구의 치료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장애진단을 받은 18세 미만 아동의 경우 정부의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통해 ▲언어 ▲청능 ▲미술 ▲음악 ▲행동 ▲놀이 ▲심리 ▲감각 ▲운동 등의 재활서비스를 전국 장애인 복지관 및 바우처 사업기관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인 장애인복지관의 서비스 평균 가격은 3만5000원, 민간 바우처 서비스 제공기관은 5만1000원 수준임에 비해 민간병원 부설 발달센터의 실비보험 치료비는 회당 평균 10~12만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발달지연의 조기 진단 및 부모 상담 관련 비용만을 지원할 뿐 진단 이후의 치료비 급여 항목이 전무해 실질적인 기능 향상을 위해 장기간 진행될 필요가 있는 각종 발달재활치료비는 모두 본인부담인 상황이다.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는 소득수준에 따라 월 17~25만원을 차등 지원 중이고 특수교육대상자에 월 16만원이 제공되고 있으나 최근 서비스 단가의 급증으로 의미 있는 치료를 위한 횟수 채우기에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공적 지원의 공백 속에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가계의 치료비 부담이 장기적으로 누적되고 있고, 발달재활서비스 수혜자들은 복지정책의 개선점 중 바우처 보조금 상향 조정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응답하고 있다.
미국·호주·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를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리스크로 간주하고, 공적 건강보험이나 복지제도의 틀 안에서 대부분의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공적 보장제도를 운영 중으로 사적보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과 대비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연방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중산층 이상 장애아동으로까지발달지연 영유아의 치료비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3세 미만의 발달지연 아동의 경우 장애인교육법에 근거해 지역교육청에서 개별 가족서비스계획을 수립하고, 의료적 중재 및 다양한 발달치료서비스를 특정 금액이나 횟수의 제한 없이 이용가능하다.
호주는 국가장애인보험제도(NDIS)를 중심으로 발달장애 아동의 장기적 치료를 지원하고, NDIS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동에 대해 국영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를 통해 조기개입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조기개입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의 의료 급여 항목으로 집행되지 않으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예산을 통해 소득 기반 지원 방식으로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호주·일본의 경우 조기개입이 필요한 아동들의 치료를 국가 전체의 부담으로 간주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장애인복지제도 등 공적 보장제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건강보험제도를 갖추고 있는 호주나 일본의 경우 민영보험의 치료비 지원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비 부담을 가족과 민영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도는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며 "공적 제도를 통한 보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