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 전격 사임
입력 2024.12.03 07:50
수정 2024.12.03 07:50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인텔을 이끌었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교체됐다.
2일(현지시간) 인텔은 보도자료를 내고 겔싱어 CEO가 12월 1일부로 사임하고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CEO직을 맡고 회사를 이끈 지 4년 만이다.
인텔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 부사장과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등을 이끄는 미셸(MJ) 존스턴 홀트하우스 사장을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다. 인텔 파운드리 리더십 구조는 변경되지 않는다.
프랭크 예어리 이사회 임시 의장은 “이사회를 대표해 기술 리더십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인텔에 봉사하고 헌신한 팻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제조 경쟁력을 회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파운드리 역량 구축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비드와 MJ 리더십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 및 강화하고 제조 및 파운드리 역량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운영 비용과 자본을 최적화 하는 등 우선순위에 따라 긴급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더 간결하고 단순하며 민첩한 인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겔싱어 전 CEO는 반도체 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겔싱어 전 CEO는 18세 무렵인 1979년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VM웨어 등을 거쳐 2021년 2월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CEO로 복귀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왔다. 이후 아이폰 등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서 PC 성장이 꺾였고, AMD, 퀄컴 등 경쟁자에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실적이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 재건' 특명을 받은 겔싱어 전 CEO는 인텔 복귀 이후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업체가 되겠다"면서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TSMC와 삼성전자를 수 년내에 따라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에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뉴멕시코주, 오하이오주, 오리건주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가 하면 유럽에는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에 파운드리, 후공정(OSAT), 설계(디자인), R&D(연구개발) 시설 구축에 나섰다.
그럼에도 성과는 미진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 이후 2년간 250억 달러(33조3000억원)을 투입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손'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난 2분기에만 16억1000만 달러(약 2조15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궁여지책으로 인텔은 ▲파운드리 분사 ▲글로벌 인텔 파운드리 공장 건설 속도조절 등 사업 재편 방안을 내놓으며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폴란드, 독일, 말레이시아 등 유럽과 아시아 반도체 투자는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전 직원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에게는 해고 통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외에 배당 중단, 계열사 '알테라' 지분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단행중이다.
그럼에도 지난 3분기 순손실 16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분기 주당 0.46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주당 순이익 0.07달러에서 순손실로 전환됐다.
경영난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직접 자금도 기존 85억달러에서 6억3500만달러(약 8872억원)가 축소됐다.
겔싱어 전 CEO는 "인텔을 이끄는 것은 제 일생의 영광이었다"면서 "인텔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힘들지만 꼭 필요한 결정을 내렸던 지난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적인 한 해였다. 인텔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일해온 전 세계의 많은 동료들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