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하는 에코프로비엠, 주가 하락 역사 반복?
입력 2024.11.30 07:00
수정 2024.11.30 07:00
포스코DX·엘앤에프 등 이동 후 급락
“효과 누리기 위해선 펀더멘털 키워야”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올해 이전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이전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29일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9200원(6.37%) 하락한 13만5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7일 거래소에 주권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바로 다음 날(28일) 6.8% 급등했으나 하루 만에 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 이전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량 매도 매물이 출회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에코프로비엠을 478억원 규모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지난 29일 하루에만 18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도 주가가 급등했던 28일에 261억원어치를 팔아 치우는 등 매도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기업들이 모두 자리를 옮기기 이전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정보기술(ICT) 솔루션 전문 기업 포스코DX는 올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첫 번째 기업이다. 포스코DX의 주가는 이전 당일인 지난 1월 2일 6만9600원(이하 종가 기준)이었지만 11개월이 지난 현재(29일) 70% 급락한 2만1000원을 기록 중이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도 이전 상장 당일(1월29일) 14만5100원을 나타냈지만 지난 29일에는 9만8300원에 마감하는 등 22.3%나 하락한 상태다. 카지노 기업 파라다이스도 지난 6월24일(1만4240원)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이후 현재 주가가 30% 하락한 1만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코스피로 무대를 옮기는 주된 이유는 기업가치의 재평가다. 코스닥 대비 상대적으로 기업 인지도가 높아져 기업 가치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면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 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 등으로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겪으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주가 흐름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포스코DX의 경우, 올해 3분기 실적으로 매출 3186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1%, 18.3%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앞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잔혹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영업손실 4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4분기에도 1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호재일 뿐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호 실적 등 긍정적인 이슈가 뒤따라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전 상장은 회사 내부의 재무구조나 주식 구조가 바뀌는 등이 변화는 전혀 없고 순전히 소속 시장만 바꾸는 이벤트에 불과해 오로지 수급적인 이벤트 성격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프레임에서는 수급적인 이슈가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의 주가 흐름을 보면 기업의 펀더멘털 요인에 더 연동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