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막 오른 UN 플라스틱 협약, 핵심은 생산 규제 vs 자율 감축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1.25 09:00
수정 2024.11.25 09:00

플라스틱 오염 제5차 정부 간 협상

생산 규제·재사용 확대 ‘동상이몽’

최종 협상 앞두고도 의견 대립 여전

정부 ‘부산 협약’ 기대…가능성 작아

부산 벡스코에서 25일부터 시작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24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회원들이 'END PLASTIC' 글귀를 만드는 휴먼사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기후 위기 주범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관한 마지막 국제협상이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원료 생산 자체를 제한할 것인지, 국가별로 자율적 규제에 맡길 것인지를 두고 입장이 분분한 상황에 최종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 일대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는 175개국 정부대표단과 UN 등 국제기구, NGO에서 총 4000명 가까운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INC-5는 플라스틱 사용 증가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170여 국가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올해까지 만들기로 하면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거쳐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처리까지 전(全) 주기에 걸친 규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애초 계획대로면 이번에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회의가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서 협약이 성안(成案)되길 기대하고 있다. 부산에서 협상안을 발표하면 ‘파리 협약(Paris Agreement)’과 같은 국제적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막바지 협상에 이른 지금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폴리머’ 생산을 규제하느냐다.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산유국들은 폴리머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생산을 규제할 게 아니라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럽연합 등 플라스틱 주요 소비국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폴리머 생산량 자체를 감축하는 목표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2040년까지 현재 대비 40% 감축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미국, 일본과 같은 일부 국가는 국가별로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애매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5차 협상 주최국인 우리나라 또한 ‘국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플라스틱 감축에 관한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23일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시민 1000여 명(주최측 추산)과 함께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뉴시스
생산 감축 빠진 ‘선언적 수준’ 그칠 가능성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루이스 바야스(에콰도르) INC 의장은 우선 큰 틀에서 합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생산 감축’ 등 이견이 심한 부분은 우선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하고, 세부 기준과 지침(가이드 라인) 등은 향후 추가 논의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INC는 최종 결정을 만장일치제로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실적으로 성안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6차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성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절충안을 제시할 준비도 하고 있다”며 “INC를 연장해서 회의를 이어갈 것인지 여부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6개 환경단체로 구성한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플뿌리연대)’는 지난 23일 행사장인 벡스고 인근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번 협상에 참여하는 세계 지도자들에 특정 산업 입장이 아닌, 시민 목소리를 대변해 강력한 생산 감축을 포함하는 협약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INC-5 개최국이자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인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INC-4까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장에서만큼은 생산 감축 입장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지난 2년간 후퇴한 국내 자원순환 정책 역시 정상화해 협상 입장과 국내 정책의 맥락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한국은 원유 정제 용량이 세계 5위고 에틸렌 생산 규모는 세계 4위인 플라스틱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결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며 “특히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장기적인 산업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큰 변곡점이란 점을 고려해 국내 플라스틱 산업 역시 생산 감축을 기반으로 한 다회용기·재사용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