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 아니다” 부산 야구팬들 숙원 이뤄지나
입력 2024.11.21 10:48
수정 2024.11.21 10:48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10년 가까이 ‘공수표’만 남발했던 부산사직야구장 재건축 계획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2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자이언츠와의 협의 진행 결과를 바탕으로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종합운동장 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올해 말 완료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종합운동장을 스포츠 여가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사직야구장을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부산의 스포츠 랜드마크로, 종합운동장을 스포츠 여가 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개념의 지속 가능한 스포츠문화 콤플렉스로 시민에게 되돌려 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돔구장도 검토했지만 건축비가 1조원이 투입되는 등 합리적이지 않아 개방형 야구장으로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관람객의 접근성과 이용 편리성, 구장 역사성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결과에 따라 현 위치에 좌석 수 2만1000석 규모로 건립하기로 했다. 전체 면적은 6만1900㎡(기존 3만6406㎡)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2031년 개장할 야구장은 복합 스포츠 문화 시설로 조성된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비시즌에도 쉬지 않는 구장으로 바꾼다.
또 사직야구장이 문을 열 때의 주변 환경과 달리 아파트가 밀집된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그라운드 레벨을 낮추는 ‘다운필드’ 방식으로 소음과 빛 공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야구장 내외부에 트렌드를 반영한 패밀리존, 키즈존 등 좌석을 배치하고 경기장 투어 프로그램 등 각종 체험형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2031년 야구장 개장 전까지 사직야구장의 임시 사용구장은 야구팬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활용된다. 리모델링 공사 비용은 시와 롯데 측이 7:3 비율로 부담한다.
지난 7월 서울시가 “잠실 돔구장 건립 공사가 진행되는 약 5년 동안 잠실 주경기장을 대체 야구장으로 활용하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부산야구팬들은 “우리는 언제하나”라며 공수표를 날렸던 정치권과 지자체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도시보다도 야구에 열정을 보이고 있는 롯데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SSG 랜더스는 인천 청라에 2028년 개장을 목표로 돔구장을 세운다. KIA 타이거즈는 2014년 개장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삼성은 2016년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는 2019년 개장한 창원NC파크를 각각 홈으로 하고 있다. 모두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한화 이글스도 내년부터 베이스볼드림파크라는 신축 구장에서 홈 팬들을 맞이한다.
지난 1985년 10월 건립된 사직야구장은 40년 이상 된 ‘초고령’ 구장으로 안전사고 위험도 안고 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부산 신축 야구장 이야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예비 후보들이 돔구장과 같은 신축 야구장 관련 공약을 내세웠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이렇다 할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과거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이번에는 신뢰를 더한다. 대체 경기장 선정과 공사비 분담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담겼다.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됐다. 부산시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야구계 관계자도 "이번에는 공수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부산 야구팬들은 다시 한 번 희망과 설렘을 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