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126%룰’ 더 강화되나…임대인도 임차인도 ‘불안불안’
입력 2024.11.21 06:29
수정 2024.11.21 10:31
HUG, 재정난 해소…전세보증 개선대책 마련
담보인정비율 하향 검토, 전세보증 가입 문턱 높아질라
비아파트 ‘월세화’ 가속…임차인 주거비 부담도 가중 우려
전세사기 여파로 재정난 위기를 맞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문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대인들의 전세보증 가입 요건 맞추기가 더 까다로워지면 그만큼 임차인의 주거불안도 가중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HUG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
HUG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현행 담보인정비율(선순위 채권과 전세보증금을 더한 부채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대책’을 제출했다.
선순위 채권이 집값과 같은 경우(100%)까지 무리하게 보증을 발급하면서 대규모 보증사고와 손실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HUG에 따르면 전체 보증사고액 가운데 부채비율 80% 초과구간 사고율은 84.6%에 이른다.
현재는 빌라 세입자가 전세보증에 가입하기 위해선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한다. 일명 ‘126%룰’로 통한다.
HUG가 담보인정비율을 80%로 줄이게 되면 전세보증 가입 한도는 이보다 더 줄어 공시가격의 112% 이내로 맞춰야 한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불어나면서 임대차시장의 전세보증 가입은 필수가 됐다. 임차인들 사이에서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지가 소위 ‘안전한 물건’인지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되면서다.
임대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정부가 한 차례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종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까지 낮춰 가입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서 또다시 요건이 강화되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단 지적이다.
가령 공시가격이 2억원인 빌라를 보유한 임대인은 현행대로라면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2억52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보증 가입 한도가 112%로 강화되면 보증금을 2억2400만원까지 더 낮춰야 한다. 2800만원가량 역전세가 발생하게 된다.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보증금을 낮출 경우, 역전세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더 늘어날 거고 월세 가속화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며 “HUG는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어떻게 보면 변제해야 할 금액이 더 늘어나 적자를 키우게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출규제와 전세기피 등으로 영세한 임대인들은 건물이 넘어가게 생겼단 말까지 들린다”며 “공시가격에 의존하지 않고 비아파트에 대한 제대로 된 가격 산정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시세 파악이 안 되니 어떤 규제를 가져와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임대인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HUG는 집값 산정 시 공시가격뿐만 아니라 HUG가 정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출한 감정가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감정평가 수수료를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 데다 기존 126%룰을 적용한 금액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없단 목소리가 나온다.
HUG 관계자는 “당장 정해진 건 없고 보증료 인상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전세보증 운영 및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