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법이 이런가…후원금 횡령한 윤미향, 임기 다 마치고 의원직 상실형 [뉴스속인물]
입력 2024.11.14 17:16
수정 2024.11.14 21:58
윤미향, 2011~2020년 정의연 후원금 횡령 등 8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
1심, 기소 2년 5개월 만에 벌금 1500만원 선고…횡령액 1700만원만 유죄 인정
2심, 횡령액 7958만 및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유용 부분 유죄 판단…대법 확정
기소부터 최종 유죄 확정까지 4년 2개월…2020년 당선 이후 이미 지난 5월 의원 임기 다 마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하고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1억2900만원을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59) 전 의원에 대해 14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만의 결론이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윤 전 의원은 지난 5월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웠고 뒤늦게 법원의 단죄를 받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은 윤 전 의원이 지난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6) 할머니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점화했다. 이후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수령하거나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 및 개인 계좌로 총 41억원가량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집한 뒤 이 중 일부를 시민단체 후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 총 8개 혐의다.
지난해 2월 10일 기소 2년 5개월 만에 1심 법원은 윤 전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횡령액 중 개인 계좌로 보관한 정대협 자금 1718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사기·기부금품법 위반 등 그밖의 7개 혐의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과 윤 전 의원은 곧바로 항소했다.
이후 9월 20일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 인정 범위를 늘려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횡령한 후원금 액수를 7958만원으로 봤다. 어떤 용도로 썼는지 설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나 증빙이 부족한 지출 내역들이 추가로 횡령액으로 인정됐다.
또 1심에서 무죄라고 봤던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유용 부분도 유죄 판단했다. 모금액 대부분이 시민단체 지원 등에 쓰인 점에 비춰 사실상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를 명목으로 각종 사업지원금을 모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 등에서 652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혐의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혐의 가운데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 장애를 이용해 7920만 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준사기), 안성쉼터를 고가에 매입한 혐의(업무상 배임), 쉼터를 대여해 미신고 숙박업을 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위안부 지원 등의 모집금을 철저히 관리했어야 했음에도 기대를 저버린 채 횡령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직접적인 변상이나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후 기소 4년 2개월 만인 14일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한 2심 무죄 판결에도 문제가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재판은 1심부터 이날까지 '재판 지연' 문제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현역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윤 전 의원은 당선된 후 임기 초인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선고도 지난해 9월 20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내려졌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나 임기 종료 시까지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 지난 5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