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금융권 저성장 '굴레'…리스크 관리에 '사활'
입력 2024.11.12 15:33
수정 2024.11.12 15:38
금리 인하 등 대·내외 변수에 '발목'
경쟁력 확보·다변화 모색 '급선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 다변화와 금리 인하 기조로의 전환 등 대·내외적인 영향으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경쟁력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리스크 관리와 성장 다변화가 최대 과제로 꼽혔다.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2025년 경제 및 금융전망 세미나에서 김영도 금융연 은행연구실장은 “내년 국내 은행 성장세는 올해 대비 다소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연에 따르면 내년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올해 대비 소폭 둔화한 4.5%로 예상된다.
내년 이자 이익은 시장금리가 하락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하겠으나, 완만한 대출 성장이 이를 상쇄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실물경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면서 대손비용이 올해보다 늘어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은행 순이자마진은 올해(1.59%) 대비 축소된 1.55%로 내다봤다. 내년에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은 원화대출을 포함한 이자수익 자산증가와 순이자마진 축소효과를 고려한 내년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62조원으로 올해(60조5000억원)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금융연은 내년 금리하락 시기로 인해 주된 수익원인 이자이익을 통한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연이 예측한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22조5000억원, 총자산순이익률은 0.57%로 올해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연은 내년 은행산업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등 자본적정성 규제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 속 당국의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개인사업자의 추가 부실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봤다.
이에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국내은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신용리스크 및 자본규제 강화 추세를 고려해 성장과 자본적정성 간 균형 잡힌 경영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출 수요를 발굴하거나 비이자이익 기반을 확대하는 등 수익을 다변화하고, 해외 진출 및 내부통제 관리 책임 정착, 녹색금융 대출 확대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가진 해외에서의 수익 확보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며 “정책적 측면에서 은행(금융)의 해외진출을 통한지속 성장이 이뤄질수 있도록 금융 국제화를 위한 체계 강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비은행과 여신전문금융업에 대한 진단도 다르지 않다. 이수진 금융연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특히 올해 부실채권 경공매 의무화가 도입되고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상향됨에 따라 상호금융권의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가 내년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가계·신용대출공급 기능이 축소된 가운데 지역 및 서민에 대한 자금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조합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4년 1분기 87.9%에서 올해 1분기 44.0%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부동산 관련 담보대출이 증가하며 총 대출 대비 신용대출 비중은 동 기간 8.0%에서 4.7%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정리중인 부동산 관련 대출외에도, 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 하락 기대에 따라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자산 축소 추세는 둔화될 수 있지만, 기업대출 및 부동산PF 건전성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전업권의 경우 고유 업무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경쟁 환경 변화 및 본업 수익성 둔화 우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카드사의 경우 안정적인 성장과 조달 비용 감소가 전망되나 건전성 개선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결제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대손율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대손부담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결제 부문의 이익률이 낮아 카드 대출 규모 축소 시 수익성이 둔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보험산업의 경우 저출산·고령화, 시장포화, 신계약 경쟁 심화 등은 성장에 제약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상용 금융연 보험·연금연구실장은 “내수 시장 중심인 국내 보험 산업에서 시장포화는 신규 가입의 감소로 이어지며 보험업 성장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소비 회복세 약화, 가계부채증가,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신규 수요 창출도 제한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명보험사의 수익성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종신보험 판매가 감소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공시이율 하락으로 저축보험 수요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성장은 소폭 개선되나 성장폭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수익성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대형 손보사의 수익성은 개선이 예상되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및 상품의 손해율 상승 등의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내년 비우호적인 경제·금융 환경은 국내 보험산업 성장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금리 하락이 보험회사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사는 장기 상품을 주로 판매하므로 부채의 만기가 자산의 만기보다 더 길어 부채가 자산보다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