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을까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11.12 07:00
수정 2024.11.12 07:00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앞두고
여야 "사법부 협박 말라" 충돌
판단은 재판부에 맡기면 될 일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을 목전에 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혐의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대표 탄압을 중단하라" "이재명은 무죄"라는 목소리를 보태며 대대적인 장외 여론전에 사활을 건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제1야당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 첫 선고다. 이 선고로부터 열흘 뒤인 25일엔 위증교사 1심 재판이 예정됐다. 11월 한 달새 두 번의 재판을 받는 것이다.
이 대표의 선고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도 지대하다. 자천타천 '차기 유력 대권주자' '정권교체 적임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11개 사건 7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대권 잠룡' '과거 4개 전과를 보유한 거대야당 대표'라는 냉소의 공존이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드는 배경이다.
지금 야권은 제1야당 대표 사법리스크를 장전한 총구를 사법부로 겨누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 원외 인사들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재판부를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신의 지역에서 도정·시정을 돌봐야할 민주당 소속 기초·광역단체장들은 급기야 국회로 몰려와 '이재명은 무죄'를 외쳤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한다. 사안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이런 장면을 보면 무죄 요구 생떼 부리기로 비춰질 법도 한데, 안타까운 광경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에 선고를 내릴 판사 겁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번 선고를 생중계 하자는 제안도 건넸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으니 생중계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한동훈 대표는 재판부를 향해 "다른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법대로만 판단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생중계 요구가 오히려 사법부를 협박하는 행태라고 반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무죄 탄원을 사법부 협박이라 주장하던데, 오히려 사법부 판결을 생중계하라고 요구하는 행위야말로 진짜 사법부 협박"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8월 26~2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이재명·한동훈 당대표의 첫 회담을 TV로 생중계하는 것'에 대한 선호를 물은 결과 국민 66.6%가 "생중계 하는 편이 낫다"고 답했다. "생중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답한 응답자는 28.9%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가 확실하니 선고 결과에 추가적인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말자며 재판정의 생중계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외려 '사법부 협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100만 무죄 탄원서 제출' '방탄 장외집회'가 사법부 겁박이라고 반박한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여야 정쟁에 휘말렸다. 나흘 뒤 이 대표에 "주문"을 내릴 판사는 지금 어느 쪽의 주장에 더 큰 압박을 느끼고 있을까. 또 국민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이 더 적반하장이라고 볼까. 재판 결과에 따른 정치적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두고, 혐의에 대한 판결은 재판부의 결정을 지켜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