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뜨겁게 적신 콜먼의 중년파워
입력 2009.01.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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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먼, ‘젊은 강자’ 쇼군과 3라운드 접전 끝에 패
제물로 던져진 콜먼 노익장에 격투팬들 환호
마크 콜먼은 오랜 세월동안 하나의 스타일만으로 생존해온 ´고집쟁이 아저씨´다.
´중년이라고 우습게 보지마라.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18일 아일랜드 더블린 O2아레나서 열린 UFC93 ´FRANKLIN vs HENDERSON´에서 ´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28·브라질)과 혈전을 벌인 ´대장 망치´ 마크 콜먼(45·미국)에 대한 팬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3라운드 4분 35초) 넉아웃으로 무너지긴 했지만,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창 때인 강력한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더욱이 상대는 한때 동 체급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쇼군, 비록 최근에는 예의 포스가 아니라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히카르도 아로나-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퀸튼 잭슨-알리스타 오브레임 등 쟁쟁한 강자들을 처참하게 박살냈던 무서운 파이터다.
콜먼은 1라운드에서부터 체력적으로 밀려 휘청휘청하면서도 3라운드까지 끌고 갔고, 끊임없이 얻어맞는 가운데서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다.
현대 종합격투 발전에 역행하는 ‘고집쟁이 아저씨’
´묻지마 태클에 묻지마 파운딩 그리고 묻지마 내용(?)까지…´
우렁찬 고함소리에 박력이 넘쳐흐르는 마크 콜먼은 그야말로 온몸에서 터프한 기운을 펄펄 풍기는 열혈남아다.
데뷔 이래 줄곧 ´묻지마 태클´식의 하단태클과 역시 대놓고 그라운드 앤 파운드(Ground & Pound) 전법만을 무기로 쓰고 있는 우직한 아저씨는 이러한 스타일로 인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패턴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번 쇼군전에서도 그는 조금도 변함없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끌어갔다.
스탠딩에서 방어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다가 조금의 틈만 있으면 무조건 잡고 늘어져 태클을 시도했다. 전직 국가대표 아마추어 레슬러출신답게 뻔히 보고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완벽하게 그립을 잡지 않아도 조금만 손에 상대의 몸이 닿으면 위협적으로 테이크다운 상황을 몰고 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콜먼은 거기까지였다. 종합격투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챔피언까지 차지했던 UFC 초창기에는 이러한 패턴이 잘 통했을지 몰라도,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MMA무대에서는 낡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테이크다운 능력 자체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넘어뜨린 뒤 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확도는 무시한 채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투박한 파운딩은 가드포지션에서의 수비가 좋은 파이터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어려웠고, 서브미션 능력 부재는 공격뿐 아니라 디펜스적인 요소에서도 독이 되어 돌아오기 일쑤였다.
마크 콜먼은 비록 패했지만 근성만큼은 여전했다.
쇼군과의 악연… 스토리 라인 등에 업고 옥타곤에 서다
냉정하게 말해 콜먼은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UFC에서 활약할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UFC 초창기 챔피언 출신인 데다, 왠지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거친 아저씨의 이미지가 있어 캐릭터로서는 최소한의 상품성이 있다.
콜먼이 쇼군과 이번에 경기를 치렀던 배경에는 프라이드 시절 있었던 1차전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 퀸튼 잭슨이 UFC에 입성하기 무섭게 2전 째 만에 척 리델과 맞붙을 수 있던 것처럼, 콜먼 역시 쇼군과의 ´악연´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라인 속에서 2차전을 치른 셈이다.
둘은 지난 2006년 2월 PRIDE 31 ´Dreamers´에서 첫 대결을 펼쳤다. 미들급(UFC 기준으로는 라이트헤비급)에서 최강의 포스를 과시하던 쇼군과 헤비급에서 감량한 콜먼의 승부는 테크닉과 파워, 젊은 피와 베테랑의 충돌로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말처럼 둘의 승부는 어이없이 끝나고 말았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콜먼이 하단태클을 들어갔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쇼군이 바닥을 잘못 짚으며 심각한 팔 부상을 입고 말았다.
결국 승리는 콜먼에게 돌아갔지만 흥분한 양쪽 세컨이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감정적 대립이 격렬했다. 때문에 프라이드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이들의 2차전은 벌써 열렸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UFC 데뷔전에서 포레스트 그리핀(30·미국)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쇼군 입장에서 콜먼전은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한때 동 체급 최강으로 군림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패배는 곤란하기 때문.
그런 점에서 콜먼은 쇼군에게 던져진 이른바 ´제물´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콜먼이 헤비급에서 주로 활동하긴 했지만, 어차피 하위권 이상 정도의 전력밖에 되지 않았던 상태였고, 나이에서 오는 체력과 힘에서도 쇼군이 밀리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콜먼의 투지는 대단했다. 쉴 새 없이 얻어맞으면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뻔한 패턴이나마 부지런히 시도하며 수차례 쇼군을 곤경에 몰아넣기도 했다. 1라운드 이후 체력이 고갈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3라운드 후반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장면에서는 거친 전장을 달려온 아저씨 특유의 집념마저 느껴졌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격투팬은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라이트헤비급에서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질 가능성이 커 젊은 강자 쇼군을 지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콜먼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며 ”머리로는 분명 쇼군을 응원했지만, 가슴은 콜먼의 노익장에 뜨거워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콜먼은 이미 강자대열에서는 완전히 멀어진 파이터다. 수년 전에 은퇴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쇼군전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은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시위하는 듯했다.
콜먼의 ´중년파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