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촌 성매매 여성 죽음 내몬 '불법 사채'…서울시, 유치원생 딸 보호 위해 행방 수소문
입력 2024.11.04 10:05
수정 2024.11.04 10:14
불법 대부업체 금전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 끊은 성매매 여성 사연 알려져
서울시, 영등포와 하월곡 등 성매매 종사자 대상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
익명 상담 창구 및 법률 지원 범위 확대, 불법 대부업 광고 사전 차단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
유치원생 딸 보호하기 위해 행방 수소문中…남은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촌·영등포역전
최근 불법 대부업체의 금전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취약 계층의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특히, 이 여성의 유치원생 딸의 보호를 위해 행방을 적극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는 성매매 집결지를 대상으로 불법채권추심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매매나 불법 대부업 광고를 걸러내는 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뒤 살인적 이자를 뜯어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말했다.
시가 불법 대부업 피해 예방을 위해 나선 것은 미아리 텍사스촌 종사자 A씨가 불법 대부업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부터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A씨가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린 것은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원을 빌리면서부터다. 과도한 이자율이 적용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A씨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그의 지인들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을 판다.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부업체 일당은 A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도 이런 문자메시지가 보내졌고, 견디다 못한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피해 여성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시는 우선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에 착수한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과 영등포동 영등포역전으로, 9월 말 기준으로 2곳의 종사자는 420여명으로 추산된다.
시는 이 두 곳의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또 집결지 내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로고 라이트도 설치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전용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채무 당사자에게만 제공해 온 법률 지원을 채무자 가족, 지인 등 관계인에게도 확대 제공한다. 성매매나 불법 대부업 광고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검출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불법 대부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는 '대포 킬러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차단한다. 해당 시스템에 등록된 불법 대부업 전화번호로 3초마다 전화를 걸어 통화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 등에 대한 증거 수집과 수사 의뢰도 강화하고, 자치구를 통해 과태료 부과와 영업 정지 등 행정조치도 강화한다.
한편 시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생활시설·상담소 20곳을 운영 중이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성매매 피해자 보호시설을 통한 상담 건수는 9706건, 의료·법률지원, 치료 회복 및 직업훈련 지원 건수는 7555건에 달한다. 또 성매매 집결지 현장지원사업(열린터)으로 2426건의 상담과 2578건의 의료·법률지원, 직업훈련 등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