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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 용도변경 길 확 텄지만…비용 부담에 소유주들 ‘저울질’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10.16 15:03 수정 2024.10.16 15:45

불법 주거전용 가능성 생숙, 전국 11만2000실 규모

생숙 합법사용 유도…용도변경 규제 탄력 적용

용도변경 신청시 이행강제금 부과 2027년 말까지 유예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전국비아파트총연맹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집값 급등기 아파트 대신 주거 목적으로 생숙을 분양받은 실수요자들이 상당한 만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로 한 셈이다.


당장 내년부터 이행강제금 폭탄이 예고됐던 만큼 생숙 소유주들은 정부의 지원방안으로 숨통을 텄다면서도, 용도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찮아 고심하는 모습이다.


16일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 및 17개 지자체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1년 당시 정부는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간 유예했다. 지난해 말 유예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시점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숙박업 신고 및 오피스텔 용도변경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생숙 소유주들은 당장 내년부터 공시가격의 10%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전국 5만2000실, 공사 중인 물량은 6만실 등이다. 11만2000실가량이 불법 주거전용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생숙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게 지원방안의 골자다.ⓒ국토부

이들 생숙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게 지원방안의 골자다. 생숙 소유주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생숙의 준주택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복도폭, 주차장 등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사실상 용도변경이 가로막혀 있었던 만큼 규제 문턱을 낮추고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 이전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경우, 복도폭이 오피스텔 기준(1.8m)에 못 미치더라도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으면 무리하게 공사해 복도를 넓히지 않아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피난·방화설비 보강 시 ‘복도폭’ 요건 충족 안해도 OK
외부주차장 설치 및 비용납부 시 주차면적 확보 면제
지자체별 오피스텔 입지 가능토록 지구단위계획 변경 적극 검토


또 건물 내부에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주차장법에 따라 ‘직선거리 300m, 도보거리 600m 이내’에 외부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주차장 확충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주차난이 우려되는 지역이 아니라면 지자체 조례개정을 통해 주차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용도변경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 8월 롯데건설이 공급한 서울 강서구 ‘마곡 르웨스트’는 가구당 2300만원을 부담, 총 20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통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이끌어냈다.


생숙 소유주들로 구성된 한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 중에서 가장 진일보한 대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기준을 완화하긴 했지만, 일례로 바닥난방 면적에 대한 특례는 이제 사라져서 복도폭은 건드리지 않더라도 전용 120㎡가 넘는 생숙은 집을 다 비우고 바닥을 다 뜯어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특례로 부여됐던 부분들은 다 사라지고 또 다른 지원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시장에선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소유주들이 다 갹출을 해서 기부채납을 하든 비용 부담을 해야 하는데 n분의 1로 할지, 평수에 따라 나눌지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불거지는 갈등이 굉장히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지던스연합회 “결국 돈문제…소유주 간 갈등 심화 우려”
국토부 “규제 방식의 전환…비용 부담 등 합법사용 의지 있어야 지원”


아울러 “신축은 공사하는 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을 할 수 있다지만, 기존 생숙 소유자들은 사실상 피해자 아니냐”며 “지금도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고 대출 연장이 가로막히는 등 경제적 피해가 상당한데 용도변경을 위해 2000만~3000만원씩 돈을 요구한다는 건 역차별”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9월까지 관할 지자체 생숙지원센터를 통해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 및 용도변경 신청을 한 소유주에 대해선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된다. 그렇지 않은 소유주들은 이후 내년 10월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가 시행될 예정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역시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한 기 생숙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원방안으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분양자는 임대와 실거주 등 미래 사용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그에 상응해 일정 기간 전매규제 패널티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실효성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 절차 자체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며 “가령 주차공간 확보 대신 지불하는 비용이 클 수 있고, 지구단위계획 변경 과정에서 기부채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동 소유자나 개인투자자들의 비용 부담 의지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면제가 아니라 규제 방식을 바꾸고 적정 비용을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합법사용의 길을 터주겠다는 것. 기존 숙박업 신고한 소유자들도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막지 않는다”며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게 아니라 생숙을 합법 사용하려는 의지가 있고, 노력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 한시적으로 이 같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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