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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급도 아닌 평사원을 줄줄이”...발등에 불 코스맥스의 인력 빼가기?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10.17 07:02 수정 2024.10.17 07:02

세계 최고 수준 선케어 기술 유출 우려

“K뷰티 열풍에 찬물, 생태계 교란” 주장

경기 성남시 판교 코스맥스 R&I센터 내 구축된 이노베이션 라이브러리에서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된 제형을 살펴보고 있다.ⓒ코스맥스

최근 선케어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 간 인력 빼가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인력 유출을 통해 한국 K뷰티 기술이 해외업체에 유출된 사례가 있어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지금의 K뷰티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에서 자외선 차단제 연구 업무를 하던 A연구원은 경쟁사인 코스맥스로 이직하기 위해 지난달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원은 대리급으로 임원이 아닌 이상 동종 기업 간 이직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콜마의 핵심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회사는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A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 선케어 제품은 2021년 출시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2년 미국 아마존 선크림 판매 1위를 기록했으며 해당 업체를 판매하는 뷰티기업 매출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개발을 담당한 한국콜마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선케어 제품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능성 자외선 차단 관련 국내 특허만 50여건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2022년 11월에는 업계 최초로 자외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유브이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도 신설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전 세계에 사업장을 둔 이탈리아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가 한국콜마의 선케어 핵심 기술을 노리고 직원을 빼내 간 사례도 있었다.


인터코스는 콜마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한국콜마에 패소했고, 콜마에서 인터코스로 이직한 임원은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코스맥스, 중국‧미국 등 해외사업 부진에 마음 급했나


업계 안팎에서는 코스맥스가 경쟁사의 인력 영입에 나선 배경으로 부진한 해외사업을 꼽는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내수 시장에 비해 해외사업 비중이 큰 중국은 현지 경기 침체로 주요 자회사를 중심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상해에 기반을 두고 화장품 판매사업을 하는 COSMAX China International, Inc는 상반기 매출 9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순손실은 3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45억원 순손실에 비해서는 적자폭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COSMAX USA, CORPORATION은 작년 상반기 233억원 순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16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진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3분기 시작인 7월1일 18만9100원이었던 코스맥스 주가는 9월30일 14만6000원으로 22.8% 떨어졌다. 10월 들어서는 13만원대까지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선케어 제품 마진율이 색조나 기초 화장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다급한 인재 수혈의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맥스의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화장품 사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색조(46.5%)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스맥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은 2022년 5.66%에서 2023년 5.13%, 올 상반기 4.21%로 매년 축소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업계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 투자 보다는 관련 인력 영입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단 기간에 상품을 선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인력 빼가기 경쟁 심화...진흙탕 싸움으로 번질까 우려도


비록 평사원급 이동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연구를 책임지는 임원급 이동이 업계 이슈였다면 최근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사원으로까지 직급이 낮아지면서 업계 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기밀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장시간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신기술이 외부에 유출되면 해당 기업의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해당 직원뿐만 아시라 지인인 회사 연구소 내 다른 인력도 함께 이직하기로 해 한국콜마 내부에서는 도를 넘어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아울러 해당 연구원은 한국콜마가 조직 내 최고 대우를 하며 육성 중이던 손꼽히는 인재였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원 A씨는 선케어 기술 개발 등 성과로 한국콜마 석오기술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석오기술상은 콜마그룹 전 관계사 연구원들의 사기진작과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 2015년 제정된 상으로 기술의 창조성과 경쟁력, 대·내외 시너지 및 매출 성과 등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대상을 수상하면 조직 내 최고 등급의 인사고과와 상금은 물론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중앙회의실 이름도 해당 연구원 이름으로 명명하는 조직 내 에이스로 선발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가 한국콜마 연구원 A씨에게 비상식적인 과도한 연봉을 제안했고, 또한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지인까지 함께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건강한 산업 발전을 위한 R&D 투자가 아닌 업계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콜마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핵심 인재에 대한 처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년 인터코스 기술 유출 사태로 곤욕을 치른 이후에도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한국콜마 인사관리 시스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조직 내 형평성을 위해 경쟁사에서 제시하는 파격적인 수준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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