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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무차입 공매도'로 해외 IB·자산운용사 기소…218억원 규모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4.10.15 11:20 수정 2024.10.15 11:20

글로벌 IB, 57만주 183억원 무차입 공매도

'SK하이닉스 블록딜 논란' 자산운용사도 포함

검찰 관계자 "금융사, 공매도 감독 없어…국내 주식시장 교란"

검찰 ⓒ연합뉴스

실제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자산운용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불법 공매도로 외국계 금융회사를 기소한 두 번째 사례다. 검찰은 2개 사가 총 218억원을 챙겼다고 보고있다.


15일 서울남부지검 불법 공매도 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부장검사 김수홍)은 글로벌 투자은행 A법인과 외국계 자산운용사 R법인 및 소속 트레이더 1명을 각각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사는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주식 57만3884주(주문액 약 183억원)를 2만5219회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무차입 공매도는 엄격히 금지돼있다.


A사 소속 트레이더는 시스템상 A사 법인 전체 주식 잔고가 부족함을 통지받고도 여러 독립거래단위(AU) 운영을 핑계 삼아 공매도를 장기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U란 해외 금융투자업자나 기관이 운영하는 법인 내 조직이다. 검찰은 공매도 다음 날 A사가 국내 보관은행으로부터 잔고 부족으로 주식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통지받고도 트레이더를 방치하는 등 무차입 공매도 범행을 용인했다고 보고 있다.


R사는 SK하이닉스 주식의 블록딜 과정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을 벌이고 공매도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블록딜이란 대량의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 따르면 R사 소속 포트폴리오 매니저 G씨는 2019년 10월 18일 미공개된 SK하이닉스 주식 블록딜 매매 조건 협의 중 매도스왑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 8만900원에서 8만1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지자, G씨는 제안가보다 인하된 가격으로 블록딜 매수 합의를 하고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해 3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G씨는 블록딜 협의 중 단시간에 SK하이닉스 매도물량을 풀어 매수물량을 소진하거나, 매도벽을 쌓아 매도세를 형성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블록딜 및 매도스왑 주문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수한 것을 이용해 SK하이닉스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한 뒤 블록딜 매매로 확보해 둔 저가 주식으로 되갚는 방식도 이용됐다. 검찰은 "R사 역시 G씨의 공매도 행위를 감독하지 못하고 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IB가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 조항을 근거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남부지검은 지난 3월에도 HSBC 홍콩 법인과 트레이더 3명을 9개 상장사의 157억원어치 주식을 공매도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2021년 4월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해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 봉쇄되어 있지만 외국계 투자금융업자는 제약받지 않아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해왔다"며 "국내 주식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야기한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국내 자본시장법이 적용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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