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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노래, 춤 그리고 그 이상…액터뮤지션 뮤지컬 [액터-뮤지션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10.16 07:56
수정 2024.10.16 07:56

영국 대학교선 액터뮤지션십 과정까지 운영

한국의 첫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관객들에 다양한 경험 충족...매력적 장르"

무대 위 배우들의 춤과 노래, 연기 그리고 연주가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단순히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을 넘어, 배우들이 직접 음악을 만들어 내면서 생생하고 깊이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기존 뮤지컬에서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의 연주자가 분리된 형태로 관객을 맞는 것과는 차별된다. 아직 국내에선 익숙하진 않지만, 꾸준히 시도되며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는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 이야기다.


한국의 첫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이미 서구에선 일반화된 장르로 인식된다. 앞서 198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리턴 투 더 포비든 플래닛’이 서구의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시초로 읽힌다. 당시 출연진은 7~8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면서 캐릭터를 소화하는 실험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당시 흥행했던 ‘미스 사이공’을 누르고 그해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영국 공연계에선 연출가 존 도일을 통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기존의 대형 뮤지컬을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연주까지 하는 방식으로 잇따라 선보였다. 2006년엔 ‘스위니 토드’를, 2007년엔 ‘컴퍼니’를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선보여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건, 학교에 아예 ‘액터뮤지션’ 과정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남부 시드컵에 위치한 연극학교 로즈 브루포드 대학에는 1988년 세계 최초로 액터뮤지션십 과정이 개설됐고,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연극 학교 로열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 드라마에도 뮤지컬 연기 과정 외에도 액터뮤지션십 과정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종종 시도됐다. 2011년 초연한 조용신 각색 및 연출 ‘모비딕’이 한국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첫 시도로 꼽힌다. 물론 이에 앞서 2007년 초연한 ‘오디션’과 ‘펌프 보이즈’ 등의 창작 뮤지컬에서도 출연진이 악기를 연주하지만, 밴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콘서트형 뮤지컬로 보는 시각이 크다.

한국의 첫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

특히 ‘모비딕’은 국내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모비딕’에서 배우들이 든 악기는 단순히 음악적 도구를 넘어 무대 미술로 활용되고, 캐릭터를 대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그랜드피아노의 덮개는 배의 갑판이 되고 첼로의 핀이 절름발이 에이허브 선장의 의족이 되는 식이다. 뮤지컬계에 새로운 무대 언어를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높게 평가된다.


이후 2014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초연한 ‘원스’와 2018년 초연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이 국내 관객들에게 액터뮤지션 뮤지컬로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21년 초연하고 올해 재연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도 로빙 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배우들이 연기하며 연주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 중 하나다. 특히 ‘원스’는 2015년 재연 이후 10년 만에 삼연을 준비 중에 있다. 오는 2월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최근에도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또 다시 관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간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물로 만들어진 이자벨 아얀데의 베스트셀러 소설 ‘조로’를 뮤지컬화한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은 지난달부터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던 뮤지컬 ‘조로’의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이미 이 버전으로 2022년 4월 영국 채링 크로스 극장(Charing Cross Theatre)에서 공연했다.


‘그레이트 코멧’의 무대 가운데서 지휘와 연주로 방대한 레퍼토리를 이끌고 뮤지컬 ‘원스’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김문정 음악감독은 “뮤지컬 관계자로서, 시장의 발전을 위해 다른 시각을 열어주고, 다른 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면서 “관객들은 보는 재미와 함께 듣는 재미를 느끼길 원한다. 심지어 참여까지 하는 이버시브 공연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액터뮤지션 뮤지컬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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