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정부 ‘첫 사과’ 의협 ‘긍정적’…전공의는 강경 노선 고집
입력 2024.10.02 11:57
수정 2024.10.02 11:57
“미안한 마음” 복지장관 사과…의협 “긍정적 변화”
의협 “2025년도 논의 불가라면 2026년도 감원 보장”
전공의 대표 “의대증원 백지화 없이 대화도 없어”
출구가 보이지 않던 의정갈등 상황이 새 국면에 들어설지 눈길을 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를 두고 일부 의료계에서 긍정을 뜻을 내비치면서 8개월 만에 대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와서다.
지난 30일 조 장관은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개혁 추진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의정 간 신뢰 회복”이라며 “이제는 의정 간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간 정책 추진과정에서 불신을 야기했던 오해들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안하다’라는 사과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명령 철회 및 사과’는 전공의 7대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정부도 보다 더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임해 그간 누적돼 온 의정 간 불신을 허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의 브리핑과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충분한 사과는 아니다”라면서도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의협은 정부 브리핑 직후 이에 대응하는 현안 브리핑을 열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충분한 사과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 온 정부가 전공의에게 미안한 마음을 처음 표현한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2025년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2025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 불가”라고 재차 못 박은 것과 관련 의협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장 변화 조짐에 제동을 건 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1일 자신의 SNS에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면서 백지화 없인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특히 임현택 의협회장에 대해서는 “(의협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임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의료공백의 열쇠인 전공의 측이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조규홍 장관은 “위기 상황에 놓인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시급하게 추진돼야 하기에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