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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난항 이어 파운드리도 첩첩산중... 고전하는 삼성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4.10.02 11:13
수정 2024.10.02 11:13

독보적 위치 메모리에선 SK하닉·마이크론과 접전

1등 TSMC에 맞설 파운드리는 각종 난관에 직면

기업 태생적 요인·경직된 노동 시장·오너리스크 등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종합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가 여러 영역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독보적 위치에 있던 메모리 분야에선 SK하이닉스에 AI 반도체 HBM 선두자리를 내주며 난항을 겪고, 후발주자로 참전한 파운드리 부문에선 최강자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4일 예정됐던 파운드리 포럼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늘려 수주전을 펼쳐야하는 행사가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현 삼성 파운드리 업황의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포럼을 다양한 국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왔다. 반도체 생산을 직접 위탁할 고객사를 유치해야하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이는 삼성전자에 중요한 행사다. 상반기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으나, 하반기 포럼은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 축소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평택 파운드리 생산 라인 일부 설비가 가동을 중단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규모 인력 감축설도 나돌고 있다. 시장 강자 TSMC를 쫓기 위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GAA 3나노 2세대 공정은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수율 개선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는 타 사업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해당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첫 제품인 자체 AP칩 '엑시노스2500'도 저조한 수율로 인해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5 탑재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 사이 선두 TSMC는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의 주문 물량을 장악하면서,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2분기 점유율에서 2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5%다. 1위 TSMC(62%)와의 격차가 50%p 이상 벌어졌다. 당장 예고된 삼성 파운드리 3분기 적자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치고 나갈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파운드리가 크게 '신뢰의 문제'와 '수율 문제', '오너 리스크' 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뢰 문제의 경우, 경쟁 업체의 설계도를 받아 제작해야하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TSMC와 달리 삼성은 직접적인 모바일·가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 충돌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이에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DS·LSI 사업부에서 분리했지만, 여전히 이 신뢰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서 TSMC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그것조차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 제품으로 갈수록 소재·장비 기술이 뛰어난 일본과의 기술 협력도 중요하다. TSMC가 연구개발센터를 일본에 세우는 이유인데, 삼성은 현실적인 여건에서 일본 업체와의 협력이 쉽지 않다"고 했다.


TSMC의 거점인 대만에 비해 유연하지 못한 국내 노동 환경도 삼성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상명하복식 문화와 높은 근무 강도로 유명한 TSMC에 비해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국외 모두 큰 노조리스크에 직면한 상태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수율을 높여 TSMC를 넘겠느냐"고 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력 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국내보다 인력 조정이 용이한 해외에서 몸집을 줄여 시장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글로벌 구조조정과 관련해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특정 직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지속도 삼성의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혐의를 받고 기소됐던 이 회장은 1심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검찰 항소로 2심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최고 결정권자가 기업 경영 이외의 문제에 발목이 잡혀 '반도체 격동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중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액 81조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9% 증가, 2.3% 감소한 수치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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