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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축제가 다 끝나고 화약 냄새만 남더라도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10.01 15:30
수정 2024.10.01 15:30

이언희 감독 연출

성소수자 흥수(노상현 분)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재희(김고은 분)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친구 사이다. 사회로부터 멸시와 경멸을 당할까 봐 흥수가 거리를 둘 때마다 재희는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사랑에 거리낌이 없는 재희가 사회로부터 편견과 손가락질로 힘들어할 때 곁에서 걸어주는 흥수는 성장통을 기꺼이 함께 겪어주며 울고 웃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재희와 흥수의 스무 살 대학시절부터 서른 세살까지의 13년 우정사를 보여준다. 재희는 무슨 행동을 하든 남자들의 시선 속에 있다. 그러나 재희는 개의치 않고 사랑을 하고, 클럽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


모든 남자가 재희에게 관심을 갖지만 흥수만은 재희에게 흥미가 없다. 흥수는 재희와 가까워질 리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연히 클럽에서 남자와 키스하는 걸 재희에게 들키고 만다. 흥수는 자신의 비밀이 들키자 초조해 바짝 날이 서 있다. 재희는 그런 흥수에게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며 아웃팅보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린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남녀는 사건 사고가 많은 화려한 이 도시에서 비싼 방 값과 절대 사랑에 빠질 일이 없다는 이유로 동거를 하게 된다.


사실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말과 지지는 각자 자신에게 하는 말로도 치환되면서 '대도시의 사랑법'은 일반적인 퀴어물이 아닌, 뜨거운 청춘의 성장물로 확장됐다.


성소수자가 겪는 사회적인 억압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자유롭게 연애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 젠더 이슈, 데이트 폭력 등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설정해 박상영 작가의 원작 '대도시의 사랑법'을 다채롭게 각색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김고은의 매력과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재희 캐릭터가 자칫 천박해 보일 수 있지만 김고은이 연기하면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스크린에 살아 숨 쉰다.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는 재희에게 김고은의 웃음과 눈물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 노상현은 성소수자 흥수를 연기하며 감정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끝날 때쯤 한 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뜨겁게 불타올랐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춰보게 된다. 재희와 흥수의 타임라인을 따라 청춘의 한 가운데에서 열기를 즐기다, 이제는 영화 속 청춘의 성장통이 모두 지나가버린 이야기 같아 어딘가 조금 쓸쓸해 지지만 이 여운이 나쁘지만은 않다.


축제가 다 끝나고 화약 냄새만 남더라도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었던 밤이 있었던 모든 청춘들에게 보내는 이언희 감독이 건네는 위로로 혹은 박수가 담긴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러닝타임 118분. 1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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