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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균열 아니다"…친한·친윤 갈등 확산이냐 진화냐 [정국 기상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9.30 05:00
수정 2024.09.30 05:00

장외서 "뺨 한 대" "해당행위" 거센 신경전

당내선 "충돌 당에 도움 안 돼" 자제 요청도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당내 계파 갈등설을 일축했지만,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감정싸움 양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용산 만찬' 이후 장외에서 "뺨 한 대" "해당행위" 등의 거친 언사가 오가는 건 향후 계파의 입지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27일)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발언으로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 사이 균열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당 차원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까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라는 말로 갈음하겠다"고 일축했다.


기자들 질문에서 언급된 신 부총장 발언은 지난 25일 신 부총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나왔다. 신 부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과 관련해 유튜브 채널에서 "만찬 관련된 기사를 쭉 검색해서 보는데, 한 참석자가 어제 만찬에 대해 '가을밤을 즐기는 여유로운 분위기'라고 표현했더라"라며 "누군지 모르겠는데 성질 같아서는 가서 그냥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이어 "이게 그런 자리인가. 무슨 사교 파티하느냐"라고 덧붙였다. '뺨 한 대' 발언이 알려지자 친윤계의 한 최고위원은 같은 날 저녁 지도부 단체 대화방에 그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당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에는 한 언론인이 신 부총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추경호 원내대표에 대해 "기자들을 만나면 매일 한 대표 욕만 한다고 하더라. 한 대표를 욕해서 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지금 객관적으로 보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부총장은 "그렇다. 한 대표를 비판해서 뭔가 잘 될 수 있다면 필요하다고 보는데 잘 될 수가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후 한 언론은 추 원내대표 측이 '신 부총장의 언행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고, 신 부총장은 페이스북에 "나의 해당행위를 지적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구체적으로 내 발언의 어떤 부분이 해당행위인지를 알려주시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추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라고 한 정도다. 확대해석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심화하자 한 대표가 "균열이 드러난 게 아니다"라며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친윤계는 한 대표의 소통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소위 '언론플레이'로 대통령을 압박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게 친윤계의 생각이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 27일 CBS라디오에서 "야당 대표는 안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영수회담 하자'고 던지기도 한다. 정치적인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기 위해서"라면서도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프로토콜 문제도 있고 또 비밀을 요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세련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난 26일 TV조선 유튜브 방송에서 만찬 종료 직후에 독대 재요청 기사가 보도됐다면서 "가장 피해를 받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 독대 요청을 거절했다, 그래서 불통이다, 이렇게 지금 공격당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그걸 왜 노출을 하느냐. 그리고 한 대표는 그 이후에 계속 언론을 통해서 요청하고 계시지 않느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윤 대통령이 곧 임기 반환점을 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최근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도 좋지 않은데, 임기 반환점까지 돌면 유력 주자인 한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그때가 되면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내에선 이런 식의 계파 갈등은 피차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있어, 갈등이 당장 폭발하듯 확산되기보다는 수면 아래에 잠재된 가운데 소강 상태와 같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갈등 확산을 경계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당대표 측근들, 대통령실 사람들부터 불신을 증폭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거친 발언을 자제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환경조성부터 해나가야 한다"며 "본질을 벗어난 논쟁으로 당정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당정관계에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신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 27일 YTN라디오에서 "계속해서 대통령과 당의 갈등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우리도 고칠 것은 고치고, 조율해야 할 건 조율해야 하겠지만, 당과 대통령이 충돌하는 모습은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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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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