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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잡기' 총력전 펼치는 사이…기업대출 더 늘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9.30 06:00
수정 2024.09.30 06:00

5대銀서 올해만 55조 넘게 불어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되자마자

연체율 치솟으면서 위기감 고조

은행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55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8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 폭이 30조원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가파른 확장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총력전을 펼치는 사이 기업대출이 그 이상으로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수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이 끝나자마자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이를 둘러싼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 잔액은 총 822조87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2%(55조5576억원) 늘었다.


이같은 기업대출 확대 속도는 기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에서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8%(32조9548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선은 가계부채로 쏠려 있다. 가계 빚을 잡겠다며 잇따라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달부터 가계부채를 옥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2단계로 올리면서 개인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차주가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차주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로 체계를 바꾼 건 올해 2월부터다.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진다. 금리가 더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반영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의 상환 능력을 더 깐깐하게 보겠단 뜻이다.


이어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폭이 더 커지고, 그만큼 한도도 더 줄어든다. 이전까지 은행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가산금리로 0.38%포인트(p)가 적용됐지만, 이제는 0.75%p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 주담대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1.2%p의 가산금리가 매겨진다.


스트레스 DSR의 영향을 받는 대출의 범위 역시 확대됐다. 1단계에서는 은행권 주담대만 대상이었지만, 2단계부터는 은행에서 받는 신용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에 따른 가산금리가 책정된다. 또 해당 제도에서 벗어나 있던 2금융권도 주담대에 한해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문제는 이런 와중 기업대출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모가 계속 커지는 동시에 연체율이 꿈틀대면서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36%로 1년 전보다 0.05%p 올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도 0.27%로 0.02%p 상승하긴 했지만, 연체율 자체 수치는 물론 상승 폭도 모두 기업대출이 훨씬 높았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 이처럼 연체가 쌓이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4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가계에 집중돼 있지만, 기업 여신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며 "가계대출을 옥죌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 여신 영업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 만큼 풍선효과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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