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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지수 시대’ 개막...지속가능 위한 과제 ‘산적’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9.25 07:00
수정 2024.09.25 09:06

삼전·하이닉스 등 대형주 대거 포함...추가 반등 여력 ‘회의적’

“저평가 기업 위한 지수인데 안정적 우량주 편입” 업계 지적도

연기금 관망·외인 순매도 ‘부담’...세제개편·ETF 활성화 ‘관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담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100개를 확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증시 효과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부호를 보내고 있다.


국내 대형 종목들이 대거 포함돼 상승 여력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밸류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연기금·외국인의 수급도 취약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위한 세제 개편과 연기금의 활발한 참여가 기업 밸류업의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전날(24일)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지만 업계는 지수의 추가적인 강한 반등을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초대형주들이 줄줄이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리면서 추가 상승 동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지수 상위 10종목의 시총 비중은 67%에 달한다. 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코스피 종목 중 55곳(82%)이 코스피200에, 코스닥 종목 전부 코스닥150에 편입돼 있다.


반면 예상과 달리 지수에서 빠진 종목들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주가 대거 포진될 것이란 시장의 전망과 달리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은 이번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그간 금융주는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업종이자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혀왔다. 전통적 저평가·고배당 종목인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주들도 모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날 거래소는 시가총액 등 외형요건 외에 수익성과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요건을 밸류업 지수의 평가지표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선정 기준을 적용할 때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산업부문별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해 100종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 자체가 저평가 기업들을 발굴하기 위한 것인데 개선 여력이 있는 저평가 기업들보다는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들이 눈에 띈다”며 “이런 종목들은 추가 상승 기대감도 낮고 밸류업 정책으로 투자를 유도할 만한 종목에 속하지도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지수가 전격 공개됐지만 밸류업 성공의 열쇠를 쥔 연기금의 관망세와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밸류업 지수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고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된다는 점에선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이미 밸류업의 자체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들은 이 달 들어 14거래일(9월2일~24일)간 코스피시장에서 6조910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인들의 팔자 기류에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59%(2674.31→2631.68) 하락했다. 코스피가 최근 6거래일을 연속 상승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세는 지수 반등 폭에 제동을 걸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2154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개인 투자자들이 6조928억원어치의 순매수에 나섰다. 정작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주식을 6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국내 증시를 방어해야 하는 연기금의 ‘안전판’ 역할을 대신한 셈이다.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연기금의 지속적인 순매수가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이들의 수급 변화가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향후 이틀간 어느 정도 밸류업 종목을 매수하거나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지 여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 지수의 성패에 있어 기업들의 참여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활성화, 세제 혜택 역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려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2곳에 불과하고 세제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는 11월 초에 출시될 밸류업 ETF 역시 세제 혜택이 없고 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쉬운 점은 밸류업 ETF의 분배금에 당장은 세제 혜택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세제 혜택 범위가 ETF로 넒어진다면 밸류업 ETF 역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밸류업 종목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박소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데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정식 공시한 기업이 적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시장 저변에서 배당주와 중소형 가치주로 랠리가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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