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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근거 없는 불안 조장 우려…팩트 기반 신뢰 확보해야"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09.25 14:30
수정 2024.09.25 16:36

KAIA, 소비자 단체와 '전기차 화재 예방과 수요 확대 전략' 주제 포럼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이 4월 22 일 전기차 수요확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기차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며 발발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시장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관련 업종협회와 소비자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강남훈 KAIA(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회장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 없이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이 벌어져 전기차 캐즘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팩트에 기반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예방과 수요 확대 전략’을 주제로 내건 이날 행사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공학회, 한국수소연합, 자율주행차산업협회, 전기차산업협회,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KGM협동회 등 11개 자동차 관련 단체로 구성된 KAIA와 ▲전기차사용자협회, 자동차시민연합, 컨슈머워치 등 소비자단체들이 전기차 화재로 인한 국민불안 해소와 캐즘 극복 전략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강남훈 회장은 “전기차 산업이 초기 보급 단계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지만, 산업이 성장하고 기술이 성숙하면서 많은 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6일 전기차 화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 정보공개 의무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개선, 충전기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고, 이같은 조치들이 전기차 안전성을 강화하고,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또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이 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근의 전기차 캐즘 현상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진 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는 전기차 포비아 확산은 전기차 보유자보다 관련 정보에 취약한 전기차 비보유자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 화재 이후의 소비자 인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및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에 더 위험하다고 인식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0.6%인데, 이 중 89.1%가 EV 비보유자”라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EV 보유자는 화재 사고 대형화의 원인으로 소방 방재 시설의 미작동을 지적한 반면, EV 비보유자는 지하 주차장이라는 지리적 특성, 주변차량 화재 확산, 배터리 결함 등 전기차를 원인으로 답변해 화재 사고 대형화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인식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으로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 및 품질 관리, 전기차 제조사에 대한 규제와 제도 강화, 화재 대응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전기차를 경험하기 전 기대 요인은 경제성, 정숙성, 승차감 순이었고, 경험 후 만족 요인은 경제성과 정숙성, 활용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없는 그룹에서는 충전 불편과 안전 문제, 기술 부족 및 높은 차량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배터리와 BMS 실태 파악 및 점검과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사용자 알림 기능 적용 확대 및 미확인 시 관계 기관에 통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점검시설 설치 기준 강화 등을 전기차 사용자의 요구사항으로 언급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통계적 증거는 없으며, 스프링클러 작동과 BMS 고도화를 통한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용운 소방연구원 박사는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 적용 현황’ 주제 발표를 통해 “2022년 차량 1만 대당 화재 발생비율 비교 시 전기차는 1.12인 반면, 내연기관차는 1.84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발생가능성이 크다는 통계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총 63건 중 6건(18%)만 소화설비가 작동해, 전기차 화재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서는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 점검과 설치 확대가 중요하다”면서 “전기차 화재는 초기 진압이 중요하기 때문에 AI 기반 열화상 감지 카메라 기술, 전기차 배터리 이상 징후를 통보해 주는 BMS 고도화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재 발생시 소유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었다.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자동차 화재 발생 시 소유자 책임 관련 판례’ 주제발표를 통해 “차량 소유자의 책임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방호조치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이는 차량 화재의 발생원인 및 차량 점검, 정비 이행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며, 소유자가 유지관리 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 변호사는 “2023년 1월 수원지방법원의 용인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판례에서, 법원은 차량 소유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책임을 부인했다”면서 “법원은 소유자의 책임 범위를 실제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전기차 소유자들이 평소에 차량 점검, 정비, 검사 등 통상적인 관리의무를 이행한다면, 화재 발생 시 배상 책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전기차 제조사는 전기차 유지관리 매뉴얼을 제시해 소유자들이 정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충전요금 할인 부활 등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 확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오찬 KAMA(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책임위원은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보급 확대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 침체를 겪으며,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처음으로 1.1% 감소해 정부 보급 목표의 76%에 그쳤고, 올해 1~7월에도 13.5% 감소했다. 특히 8월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이후 신차 효과를 제외하면 전기차 판매가 전월 대비 30% 감소하는 등, 화재가 전기차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기차 시장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혜택 중단에 따른 유지비용의 증가 ▲충전기 고장에 따른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 증가 ▲전기차 화재 관련 매체 보도로 인한 불안감 가중 등을 지적했다.


권 책임위원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현재와 같은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내 제작사의 전기차 투자 부담이 증가하고, 부품업체 전동화 전환 지연과 더불어 우리나라 미래차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과제로 ▲전기차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할인 부활 ▲지자체 차원의 충전량 제한 정책 철회 ▲국내 전기차 생산 기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제안했다.


중장기적 과제로는 ▲전기차 자동차세 증액 유예 ▲홈 충전 환경 조성을 위해 공동주택 내 지정 주차제 도입 ▲V2X 인프라 구축, ▲충전소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 앞서 강남훈 KAMA 회장과 정종선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 기관 간 ‘국내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 체결이 이뤄졌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전기차·전기차충전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 유기적인 업무 협조와 정책적 지원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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