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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꼭 필요한가요?”…수위 높아지는 콘텐츠들에 필요한 고민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9.25 10:54 수정 2024.09.25 10:54

적나라한 폭력 통해 복수하는 ‘지옥에서 온 판사’부터

지나친 설정으로 호불호 유발한 ‘유어 아너’ 등 장르물 수위에 후퇴 있을까

판사의 아내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반전 서사가 뒤늦게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는가 하면, 교제 폭력 가해자를 ‘악마’가 응징하는 과정에서 폭행 장면이 적나라하게 등장해 쾌감을 넘어 찜찜함을 남겼다. 드라마의 설정도, 표현도 점점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과거 지상파에 비해 표현의 수위가 자유로웠던 케이블 채널이 장르물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수위를 한 단계 올렸다면, 지금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잔인하게 상대를 살해하고, 고문하는 장면으로 액션 누아르의 장르적 특성을 강조한 디즈니플러스 ‘폭군’부터 파격 노출씬으로 TV 사극 액션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티빙의 ‘우씨왕후’까지. 시청자들 또한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탄식이 나올 만큼 ‘과감한’ 선택을 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 중 한 장면

TV 드라마들도 ‘최대치’의 표현으로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다. 지난 6월 방송된 SBS 오컬트 드라마 ‘악귀’는 주인공 산영(김태리 분)이 악귀에 잠식되는 과정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했는데,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정림 PD는 “15세 관람가 최대치로 표현을 했다”며 노력을 강조했었다. 이 외에도 ‘펜트하우스’ 시리즈 등 일부 드라마들이 일부 회차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조절하며 과감한 시도를 하는 등 허용 범위 안에서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OTT에 케이블 채널, 지상파까지 ‘수위 올리기’에 가담하면서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 분)가 교제 폭력 가해자를 응징하는 과정에서 직접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길게, 또 적나라하게 담겨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제 폭력 가해자가 여성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 또한 담겼으며, 피칠갑이 된 장면이 길게 이어지면서 ‘과하다’는 느낌을 준 것이다.


OTT와 TV 플랫폼에 함께 송출하는 작품도 늘어나면서, TV 플랫폼의 기준을 자연스럽게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앞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이 tvN을 통해서도 방영이 됐는데, 이때 잔혹한 장면이 TV 플랫폼에도 노출이 돼 비판을 받았다. 물론 OTT 방영분과 TV 방영분이 달랐지만, 자해하는 장면과 살인 과정, 자살 장면 등이 TV 버전에도 담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았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 또한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조폭 출신 기업가 김강헌(김명민 분)의 무자비함을 강조하기 위해 폭력적인 장면들이 등장했으며, 그의 아들이 판사의 아내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설정이 ‘반전’처럼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야기했다. 이 드라마 또한 지니TV 버전과 TV 버전을 다르게 송출하며 나름 수위를 조절했지만, 일부 장면 편집 또는 모자이크 등으로 ‘독한’ 설정 또는 표현을 가릴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했다.


OTT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TV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지금도 ‘허용 범위’가 너무 좁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2%대의 시청률로 출발, 입소문을 타며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스릴러 장르로 살인과 성폭행 등 잔혹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윤리적인 재현’으로 시청자들의 오히려 호평을 받고 있다. 피해자의 피해 장면을 직접 재현하지 않고, 암시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흡연 장면을 배제하고도 스릴러의 맛을 살리는 긍정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것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에도 한몫하면서, ‘고자극’, ‘도파민’ 중독 시대 필요한 고민이 무엇인지 돌아보게끔 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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