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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유일의 민간 소극장, 공터_다 [공간을 기억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9.13 14:21 수정 2024.09.13 14:21

[다시, 소극장으로⑪] 경상북도 구미 소극장 공터_다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삼일문고와 동행, 2004년 출발한 공터_다


경상북도 구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로 꼽히는 만큼, 넓은 공업단지에 우뚝 솟은 굴뚝과 보수적 색채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구미 시내 초입엔 지역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도 들어서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꼭 방문해야 할 필수 코스가 된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삼일문고와 소극장 공터_다가 그것이다. 특히 해당 건물은 지하층에 공연장과 1층 서점, 2층 갤러리, 3층 연습실 및 사무실 등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극장 공터_다는 2004년 이곳에 터를 잡고 올해로 20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다.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은 총 1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작은 규모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공터_다의 로비 역할을 하는 갤러리_다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작품 전시를 펼치거나, 작은 공연을 올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3층 상상공간 놀_다는 연극 공연을 위한 연습실로, 또 교육 사업이 펼쳐지는 곳이다.


공터_다의 역사는 구미의 연극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86년 공단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마추어 극단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IMF로 여러 아마추어 극단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고, 2001년 이 극단들을 통합해 극단 ‘구미 레파토리’로 뭉치면서 본격적인 연극 붐이 일었다. 이 때부터 극단을 맡게 된 황윤동 대표 역시 금오공과대학교 재학 당시 아마추어 연극반 활동을 하다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극단에 입단, 전업 연극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IMF가 닥치면서 1세대 선배님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극단에 1~2명밖에 남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생계’가 우선이었기 때문이에요.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 ‘전업’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거였고, 그 시작이 소극장 개관입니다. 연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관객을 확보하고, 유료 콘텐츠 공연을 만들어서 단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죠.”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문화예술기업으로써의 새 출발


황 대표는 2004년 대한민국 연극제의 전신인 ‘전국 연극제’ 등에서 수상한 상금 2500만원으로 공연장을 구했고, 2009년 구미에서 열린 전국연극제를 성공적으로 기획하면서 문화예술기업으로써의 초석을 다졌다. 그렇게 2011년엔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면서 원래 소극장의 이름이었던 공터_다를 새로운 이름으로 해 사단법인 공터_다로 이름을 바꿨다.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서 2~3년간 유랑생활을 하면서 공연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겨우 극장의 형식을 갖춘 후에는 단원들의 급여를 어떻게 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따라오더라고요. 그 당시 저희 극단에 15명의 단원이 있었거든요. 공연장을 만들고, 문화예술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공터_다의 대표로서 저의 10년 계획이었습니다.”


현재 공터_다는 단순히 공연을 제자해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교육, 축제기획, 해외교류까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 공간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구미 아시아연극제' '청소년 연극제' 등을 유치해 성공리에 진행했고, 일본 극단과 협업해 연극을 공동제작하거나 투어를 도는 등의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실 가까운 대구만 하더라도 대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있고, 연극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잖아요. 대부분 연극을 하려는 학생들은 서울로 가지 이 곳에 남아있으려고 하지 않아요. 물론 그들을 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그 결과 우리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연극제를 유치하면서 이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고, 관객들의 입장에선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요. 꽤 자부심이 큽니다(웃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소극장 '공터_다'의 다음 10년


소극장 공터_다는 이제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지은 공터_다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목적이다.


“단순히 연극을 올리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행복해서, 또 이 행복을 나누고 싶어서 연극을 했던 것처럼 우리 극단, 극장의 비전을 ‘연극과 함께 꿈꾸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라고 정했어요. 제가 2세대, 그리고 제 후배들이 3세대로 구분했는데, 이 친구들에게 비전을 주고 싶어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근육을 키워야 할 때죠.”


새로운 10년을 위해 황 대표가 강조하는 건 ‘개방과 공유’ 그리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이다.


“사실 구미는 경직된 도시라고들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주 오래 전의 역사를 통해 오히려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구미의 모습들을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희 극단의 마케팅 포인트들이 바뀐 것 같아요.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를 그리기 위해선 연극인들이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판’이 마련돼야 할테고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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