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신상박제…악랄한 불법 종합세트, 실형 가능" [디케의 눈물 287]
입력 2024.09.13 05:00
수정 2024.09.13 05:00
인스타그램 등 SNS서 '채무자 신상박제' 계정 다수 발견…소액대출 해주고 못 갚으면 신상정보 공개
법조계 "채권추심자, 권리 남용시 채권추심법으로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명예훼손·공갈·스토킹범죄 등 혐의도 적용 가능성…처음부터 끝까지 불법으로 이뤄진 '종합세트'"
"피의자, SNS서 대놓고 활동하는 만큼 엄벌 필요…형사처벌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할 조치 마련해야"
제때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SNS에 악의적으로 공개해 창피를 주는 이른바 '신상박제'가 횡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채권자의 신상을 SNS에 박제해 타인을 망신 주는 행위는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며 동시에 명예훼손, 공갈, 스토킹범죄 등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 수가 많고 이들이 느꼈을 고통이 큰 만큼 실형도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며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엄벌에 처하고 사전 예방 조치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 SNS에 '박제', '사기꾼 박제'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채무자의 신상정보를 폭로한 계정이 다수 검색된다. 해당 계정에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있다. 채무자의 얼굴과 출생연도 등 개인정보는 물론 가족, 지인들의 연락처도 공개된 상태다. 이는 신종 채권 추심, 불법 추심의 형태로 채무자들에게 20~40만원가량의 소액대출을 해주고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개인정보를 SNS에 올려 이른바 '창피 주기'를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6월에도 유사 범죄가 발생해 불법 사금융 범죄조직원 12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인터넷 대부중계 플랫폼에서 "연체자, 누구나 대출 가능하다"는 광고를 내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50만원 미만의 소액의 빌려준 뒤 연 5000% 이상의 살인적인 이자를 받아 챙겼다. 이들은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의 가족과 직장동료들의 신상정보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SNS에 배포하며 협박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40대 남성은 불어난 이자를 갚다가 가정파탄으로 이어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채권추심자가 권리를 남용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추심법이 제정됐다. 해당 법안에 따라 ▲폭행·협박 ▲개인정보 누설 ▲거짓 표시 ▲불공정한 행위 ▲부당한 비용 청구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징역형~벌금형이 선고되는 만큼 법에서는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본 안의 경우 채권자의 정보를 SNS에 박제한 사안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비방의 목적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만큼, 명예훼손죄도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법대부업 행위는 엄연히 채권추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만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또한 사후적인 차원에서 형사처벌만큼이나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등 SNS와 행정연계를 통해 타인의 개인정보를 올리는 계정을 차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기본적으로 영업을 하려면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초과 이자율을 받았다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명예훼손, 공갈, 스토킹범죄 등 혐의 또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불법으로 이뤄진 종합세트라고 봐야 한다. 피해자도 많고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 많큼 충분히 실형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은 제도권금융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 주부 등이다. 피의자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대놓고 활동하는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며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선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신고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방심위, 방통위, 금감원 등 기관이 합동해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노력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