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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까 말까”…대출 규제 강화 속 ‘눈치보기 장세’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9.12 06:31 수정 2024.09.12 06:31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강화…집값 상승폭 축소

‘규제 무풍’ 강남권, 현금부자 몰리며 연일 신고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부동산시장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부동산시장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폭이 줄고 시장에 매물도 점차 늘고 있지만, 현금부자들이 몰린 강남권 일대에선 연일 신고가 경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1주(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21% 올랐다. 상승세는 유지됐으나, 상승폭은 3주 연속 둔화했다.


집값 상승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매수심리도 한풀 꺾였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월 2주 104.8을 기록한 뒤 이달 들어 103.2로 소폭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더 많고, 100보다 낮으면 사려는 사람보다 집을 내놓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시장에는 매물도 쌓이는 모습이다. 아실에 따르면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매물건은 지난 11일 기준 8만2836건으로 한 달 전(7만9059건) 대비 4.7% 늘었다. 올 1월(7만3929건)과 비교하면 12.0% 확대됐다.


한 달 새 매물이 3000건 이상 늘어난 데는 정부의 대출 옥죄기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9월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줄줄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비용 부담이 가중돼서다.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하던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앞으로 내림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살펴보면 전날 기준 8월 아파트 거래량은 4887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 강화 예고에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7월 거래량은 8816건까지 치솟았다.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만큼 거래량은 더 늘겠지만, 7월 거래량에는 못 미칠 거란 진단이다.


무주택자 자금 부담 가중, 매수심리도 주춤
“시장 양극화 심화…전월세 가격까지 자극할라”


시장에선 결국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인단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출규제 시행으로 한동안 이어지던 ‘패닉바잉’ 분위기는 어느 정도 누그러지겠지만, 시장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현금이 넉넉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사실상 규제 무풍지대로 통해서다.


실제 정부의 규제가 무색하게 이들 지역에선 연일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60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7월 해당 평형 매물이 55억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초구 소재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3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14차 동일 평형은 이달 6일 47억원에 팔렸다. 한 달 전 같은 평형대가 42억원에 매매된 것을 고려하면 5억원이나 웃돈이 붙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서초, 용산구 등 일대에서 매매된 아파트 3건 중 1건은 신고가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가 비중이 강남은 35%, 서초구 32%, 용산구 30% 등이다. 여유자금이 모두 서울의 핵심 입지로 집중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기간 부동산시장 혼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대출 규제 강화가 무주택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으면서 동시에 강남권, 한강변 고가 단지와의 가격 격차를 더 키울 거란 진단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스트레스 DSR 시행과 더불어 시중은행들이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 축소나 전세대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취득 불가에 나서면서 갭투자나 무리한 대출이 쉽지 않아졌다. 매수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강남권 등 기존 인기지역은 자금이 막히더라도 현금 부자 위주로 시세 대비 경쟁력 있는 아파트는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매를 고려하던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전월세 시장에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며 “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전월세 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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