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되기 어렵네" 더 좁아진 '등용문'
입력 2024.09.12 06:00
수정 2024.09.12 06:00
4대銀만 1년 새 400명 넘게↓
채용 대폭 위축되며 경쟁 치열
비대면發 인원 감축 거세지만
인적 자원 적극적 활용 조언도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시즌이 본격 개막했지만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의 한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이 대폭 줄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비대면 금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인원을 줄이기 보다 인적 자원을 보다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일각에선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들의 신규 채용 인원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181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1390명만 뽑으면서 420명이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상반기 100명을 채용한데 이어 하반기 200명을 더 뽑는다. 지난해 상반기 250명, 하반기 170명으로 총 420명을 뽑은 것과 비교하면 120명이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500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절반도 못미치는 230명을 뽑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60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150명, 하반기 200명으로 3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510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상반기 180명, 하반기 210명으로 390명을 채용한다. 전년과 비교해 110명 정도 차이가 난다.
은행권의 채용문이 좁아지는데는 희망퇴직자가 매년 줄고, 연봉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줄이면서 올해 채용문이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4대 은행 희망퇴직자는 예상보다 적은 1729명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초 희망퇴직자 수는 총 1496명으로 1년 새 13% 감소했다.
희망 퇴직자도 갈수록 줄어드는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점도 은행의 고용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각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상반기 급여는 평균 605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아울러 은행업의 디지털화, 비대면 금융의 확산으로 신입 행원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은행마다 모바일앱 고도화 등을 위한 정보기술(IT)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채용문을 좁히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통제하는 전략을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적자원 관리체계를 업그레이드해 확대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대규모 공채 방식의 채용은 지양하고 향후 핵심인력으로 양성할 젊은 인재의 등용문 정도로 공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분야는 아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있는데, 국내은행들 또한 이를 벤치마킹해 R&D 인력 충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고 직무에 기반을 둔 평가와 보상체계를 구축한다면 디지털 시대라 할지라도 은행의 확대균형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