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출시 박차…운용역 내세운 중소형사 ‘눈길’
입력 2024.09.10 07:00
수정 2024.09.10 07:00
한투·키움, 액티브 상품으로 수익률 차별화 목표
삼성·미래, 지수 추종 패시브 전략…KB는 둘 다
밸류업 수혜 효과 미지수 우려…깊어지는 고심
이달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발표를 앞두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수 출시에 발맞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준비에 돌입했다.
단기간 유사 상품이 한 번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ETF 성과의 핵심’인 운용역을 내세워 수익률 차별화을 꾀하려는 중소형 운용사들의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 효과가 지속되지 않으면서 ETF로의 수혜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해 운용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출시한다는 의사를 한국거래소에 밝힌 자산운용사 12곳 중 10곳이 액티브 ETF를 준비하고 있다.
액티브 ETF 출시 계획을 밝힌 곳으로는 국내 ETF 점유율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비롯해 중소형사인 키움투자·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이 있다. 이들은 시장 내 우위를 선점한 대형사와 견주고자 액티브 ETF로 수익률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액티브 ETF의 경우, ETF 성과의 핵심으로 꼽히는 펀드매니저가 편입 종목·매매 시점 등을 직접 결정해 운용하는 만큼 자본시장 트렌드를 곧바로 따라갈 수 있어 유사한 ETF들 속 차별성이 부각될 수 있다.
특히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제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기업을 펀드매니저의 판단 하에 포트폴리오 내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제외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더 나은 선택지와 수익률을 제공하겠다는 게 이들 회사의 목표다.
국내보다 앞서 밸류업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액티브 운용 방식이 패시브 운용 방식보다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이와 달리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면 해당 지수를 90% 이상의 비중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곳은 시장 점유율 톱 3인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 등 대형사 3곳 뿐이다. KB자산운용이 패시브와 액티브형 모두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패시브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시장 1·2위는 삼성과 미래에셋 뿐이다.
결국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전략을 택한 운용사가 3배 이상인 셈이다. 무엇보다 대형사가 패시브 ETF를, 중소형사가 액티브 ETF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전략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 외에도 현대자산운용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가 아닌 새로운 맞춤형 지수를 개발해 ETF를 출시할 계획으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중소형사들의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계된 상품인 만큼 운용사들이 각사의 특색을 살린 전략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며 “추후 밸류업 ETF들이 상장되면 수급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운용사들의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운용사들이 밸류업 ETF를 향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된 이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모멘텀 효과가 식어가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밸류업 모멘텀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어 관련 지수 및 ETF들로의 수혜가 미지수라는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밸류업 기대감이 낮아진 배경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참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된 지난 5월 27일 이후 관련 공시를 개시한 기업은 총 30곳이다. 국내 전체 상장사(2595곳) 중 고작 1%가량(1.16%)의 기업들만이 정부 정책에 반응을 보인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 및 모멘텀이 장기간 부재한 여파도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몰린 점을 고려하면 밸류업 ETF 대비 해외 주식형 ETF가 경쟁력·수익원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나아가 밸류업 지수와 연관된 ETF보다 그동안 밸류업 기대감에 수혜를 받아온 상품(배당·금융주 등)들의 선전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수요에 맞춰 ETF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밸류업에 대한 시장 관심이 사그라들고 국내 증시의 조정 및 박스권 횡보로 미국과 같은 해외 증시로 투심이 향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도 현저히 낮아 눈에 띄는 ETF 수익률 차별화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