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시장조성자 제도 다시 기지개…유동성 공급 효과는 ‘미미’
입력 2024.09.08 07:00
수정 2024.09.08 09:10
대상 종목 합계 1981개…작년 4분기比 75%↑
안정적 거래 수익…다올·SK證 신규 참여 효과
"정당한 가격 발견 기능 위해 제도 확대 필요"
규제 리스크로 규모가 축소됐던 시장조성자 제도가 올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실적 감소가 현실화된 가운데 안정적 거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장조성종목 계약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조성자 거래가 차지하는 일평균 금액 비중 및 종목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각 증권사의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조성종목 수 합계는 1981개로 지난해 4분기(1134개) 대비 74.7% 증가했다. 코스피 내 시장조성종목 수는 1063개로 109.3% 증가했으며 코스닥 시장조성종목 역시 918개로 46.6% 늘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정규시장 시간에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의무 호가수량을 지속적으로 제출해 일정 수준의 의무 스프레드를 유지함으로써 상시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시장조성자는 종목별 일중 의무이행율과 분기별 의무이행율을 충족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한 종목에 2개 이상의 시장조성자가 배정된다.
이렇게 시장조성종목이 늘어나게 된 것은 기존 해당 업무를 맡았던 증권사들이 지정 종목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올해 새롭게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가장 많은 큰 규모인 386개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249개)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아울러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시장조성자 수가 코스피의 경우 7곳에서 올해 9곳으로, 코스닥은 같은 기간 7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과거 당국의 규제 리스크로 해당 사업이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이 9개 시장조성자 증권사에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혐의로 과징금 487억 원을 부과하면서 시장조성자 참여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이에 작년 신한투자증권(코스피·코스닥)와 iM증권(코스닥)이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의 취지인 유동성 공급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을 공급해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거래 활성화로 시장에 활력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3분기(9월 5일 기준) 시장조성종목 전체의 일평균 매도 금액은 코스피 5119억원, 코스닥 1조529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시장조성자가 실행한 매수 규모는 코스피 287억원, 코스닥 859억원으로 양쪽 모두 5.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성종목이라 하더라도 유동성 등급 미달 시에만 시장조성자가 관여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전체 국내 증시에서 시장조성자 종목 비중도 선진국 대비 너무 적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조성자 종목 비중은 코스피의 경우 전체 958개 중 311개(32%), 코스닥 1752개 중 384개(21%) 수준인 것에 반해 미국은 전 종목을 영국(90%)과 독일(84%) 역시 대부분의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를 지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조성자 제도가 최근 같은 주가 급락기에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며 업무 확대를 위해 대상 종목들을 확대하는 한편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등 유인책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회전율 상위 50% 종목은 시장조성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의 정당한 가격 발견 기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시장조성 기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