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전세난 우려↑…높아진 대출 문턱, 세입자는 ‘발 동동’
입력 2024.09.09 05:17
수정 2024.09.09 09:10
서울 아파트 전셋값 68주째 오름세, 입주물량은 ‘뚝’
가계대출 관리 주문…시중은행, 너도나도 대출규제 강화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 장기화, 무주택자 주거비 부담 가중
가을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전세 수요자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신규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전세대출까지 옥죄면서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져서다.
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100을 넘긴 이후 지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0~200 사잇값으로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고,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전세매물은 2만7632건으로 한 달 전(2만6512건) 대비 4.2% 늘었다. 다만 올 초 3만4822건이던 것을 고려하면 20.7%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신규 공급도 줄어 9월 수도권 입주 예정물량은 한 달 전(1만8950가구) 대비 53% 절반 이상 줄어든 8906가구로 집계됐다.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1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 대비 0.15% 오르며 6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1178만원에서 1261만원으로 6.87% 상승했다. 같은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83%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전셋값 상승세에 불을 붙인 건 정부의 대출 규제도 한몫한단 지적이다. 지난 2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 이어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자금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시장에 머무르는 걸 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중은행은 너도나도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다. 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을 제한한다. KB국민은행 역시 이날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 및 신용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시행한다. 케이뱅크는 앞서 5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1주택자는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서약을 하도록 했다.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모든 유형의 주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부터 1주택자 전세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막았고, 농협은행과 신한은행도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대출이 막히면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세를 줄 수도 없고, 잔금을 치를 수도 없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권 가계대출 관련 실수요자 보호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규제가 완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동안 전세시장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전세시장으로 유입된 수요가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로 살 바에 집을 사자’는 심리도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은 끊겼는데 대출만 조여선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집주인은 전세 놓기가 힘들고 주택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진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 세입자들은 결국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 주거비 부담은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