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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형 M&A 가시화되나…모바일·반도체 大魚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9.03 11:39
수정 2024.09.03 14:49

반도체 신성장동력 위해 시스템 반도체 인수 가능성 높아져

노키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매각설…삼성 뛰어들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21년 1월 수원 사업장 네트워크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재편 일환으로 모바일·반도체 사업부를 통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이 대어(大魚) 인수전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삼성은 수 년간 신성장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M&A(인수·합병)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직후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한 만큼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쩐의 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는 100억 달러(13조4000억원)에 달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 매각을 위한 잠재적 옵션을 논의중이다. 부분 또는 전체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이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자산 일부를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노키아는 "발표할 것이 없다. 관련 내부 프로젝트는 없다"고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14년간 글로벌 휴대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휴대폰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다 아이폰, 갤럭시 등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자 점유율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2013년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겼다.


이후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삼은 뒤 2015년 알키텔-루슨트 등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노키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는 세계 무선 통신 사업자에 기지국 및 무선 기술, 서버 등을 공급한다.


부활에 성공했지만 최근 수 년 동안에는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며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가 어려움을 겪었다. 2분기는 5G(5세대) 통신 장비 수요 약세 여파로 영업이익이 32% 감소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노키아는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매각할지 여부 등을 계속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노키아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에 주목하면서 새롭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세계 통신장비(소·대형 기지국 등) 시장에서 1위는 화웨이로 31.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스웨덴 에릭슨(24.3%)이 2위를, 노키아(19.5%)가 3위다. 삼성은 6.1%로 5위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전년 대비 1.6%p 축소된 수치다.


시장 장악력 확대가 절실한 삼성으로서는 노키아 사업부를 손에 쥐게 된다면 에릭슨을 누르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럽 통신사들이 노키아, 에릭슨의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을 잡고 화웨이를 바짝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6G) 기술을 비롯해 차세대 통신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행보로 삼성리서치를 찾아 6G 기술을 강조하며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 년 내 6G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이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5G 시장 장악력을 선제적으로 키운 뒤 이를 발판으로 6G 초격차 리더십을 마련하는 그림도 예상해볼 수 있다.


알테라 로고ⓒ트렌드포스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인텔이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업체 '알테라'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삼성이 기회를 포착할지도 관심이다.


FPGA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로,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제조가 완료된 뒤에도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AI, 로봇, 방산, 자율주행차, 네트워크 장비 분야 등 프로그램 및 장치 업데이트가 잦은 제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 CEO인 팻 겔싱어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본 지출을 개편하는 계획을 9월 중 이사회에 제시할 예정인데, 여기에 알테라 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초 인텔은 3년 안에 알테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계획을 세웠지만, 경영난에 직면하자 완전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로이터는 알테라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관심있는 다른 칩 회사에 완전히 매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AMD, 마벨 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된다. AMD는 2020년 FPGA 1위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한 바 있으며 몸집 확대를 위해 알테라 추가 인수에 나설 수 있다.


마벨은 미국의 종합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ASIC(주문형 반도체) 제품군과 이더넷 스위치, SSD&HDD 컨트롤러 등을 만드는 만큼 여러 영역군에서의 시너지를 예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네트워크, 전장 등 활용 영역이 적지 않다. 다만 약 10년 전인 2015년 당시 알테라 인수금액이 167억 달러(22조원)였던터라, M&A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매해 수십 조원의 투자비를 쏟고 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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