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공연 메카’ 타이틀 무색…위기의 대학로 살릴 방법 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8.29 07:19 수정 2024.08.29 07:19

소극장 관계자들 '민간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 제시

코로나19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학로가 엔데믹 전환과 함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여전히 대학로는 ‘공연의 메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빛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연계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매년 역대 매출을 갱신하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다.


ⓒ뉴시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상반기)’에 따르면 해당 기간, 연극 시장 공연건수는 1166건, 공연회차는 약 2만3841회, 티켓 예매수는 약 130만3000매, 티켓판매액은 약 337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연건수와 공연회차는 작년 동기간 대비 각각 8.8%(94건), 5.5%(1252회) 증가했고, 티켓판매액도 작년보다 1.5%(약 5억원)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에서 대부분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이는 고가의 대극장 공연의 성행으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티켓판매액 기준, 전체의 연극시장의 80.4%(약 271억원)를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티켓예매수 및 티켓판매액이 각각 5만1731매(▼4.8%), 약 1억9000만원(▼0.7%) 가량 감소했다.


최근 중극장, 대극장 규모의 공연에서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배우를 섭외하면서 특정 공연에 한해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소극장은 여전히 불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학로에 140여개의 소극장이 있지만, 좌석 채우기도 쉽지 않아 상업 공연에 밀려 문을 닫는 일도 허다하다.


한 소극장 관계자는 “좌석을 다 채운다는 건 생각도 해 본 적도 없을 정도”라며 “대부분 예매 티켓은 좌석의 10% 안팎이고 나머지는 빈자리로 공연하거나, 초대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서로 다른 극단 배우들이 좌석을 채워주며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작품을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소극장 관계자도 “대학로 소극장 월 평균 임대료가 400~500만원 수준이고 1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면서 “임대료는 높아지는데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위태로운 소극장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의 부재다. 이미 정부가 영세한 소극장과 극단을 대상으로 임대료와 대관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극장들에 닥친 문제에 도움을 주진 못하고 있다. 이에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선정한 극장들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이들 극장에서 극단에게 무상으로 대관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도 최근 국립극장 회의실에서 한국연극협회 손정우 이사장을 비롯해 서울연극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소극장협회,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등 주요 연극 관련 단체 임원진을 만나 연극계 현안을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평생 연극계에 몸담았던 만큼 (소극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대학로를 한국의 브로드웨이와 같이 만들겠다던 유 장관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