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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피한 정보사 요원…1.6억 받고 '中요원'에 기밀유출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4.08.28 13:26
수정 2024.08.28 13:28

北 정보기관과 연계성 의심된다며

간첩혐의 추가해 군검찰 송치하더니

"의심만으로 간첩죄 가져가기엔 무리"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옆으로 감시를 위해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보이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대북요원 신상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조사를 받던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가 군형법상 일반이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이달 초 군형법상 간첩 혐의를 뒤늦게 추가해 A씨를 군검찰에 구속 송치했던 만큼, 간첩죄 적용 여부에 관심이 모였지만 결국 무산된 모양새다.


국방부는 28일 "국방부검찰단과 방첩사가 2017년경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포섭돼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전을 수수하면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정보사 요원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등 혐의로 구속 수사 후, 전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초 구속영장 청구 시 적용되지 않았던 간첩 혐의가 뒤늦게 추가됐다가 결국 배제된 배경에 대해 "최초 방첩사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청구됐다"며 "대공수사는 비공개로 비밀스럽게 해야 하는데 공개가 되는 바람에 급박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기밀유출 정황을 지난 6월 인지하고도 이렇다 할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이 공개된 7월 말, 부랴부랴 구속영장 청구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서 늑장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북한과의 연계성 및 추가 공모자 파악 등을 위해 비공개 수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밑 수사'를 이어가던 중 언론 보도가 이뤄져 법적 절차가 급박하게 진행됐고, 이에 따라 간첩 혐의 적용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방부 관계자는 "(A씨 구속 이후) 방첩사에서 추가 조사를 해보니 해당 요원이 북한 정보기관과 연계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그래서 간첩죄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기소 과정에선 간첩 혐의가 빠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간첩죄 적용을 위해선 "적 또는 반국가단체에 기밀을 누설해야 한다"며 "정밀하게 조사해 보니 약간 다른 부분이 발견됐다. 몇 가지 의심을 가지고 간첩죄를 가져가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中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軍, 기밀 받아간 인물 특정 못해
北 연계성도 당연히 확인 어려워


우리나라 법제상 간첩죄 조항은 형법, 군형법, 국가보안법에 각각 마련돼 있다. 다만 '적국' '적' '반국가단체' 관련 사안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중국 국적 조선족에게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A씨에게 간첩죄 적용이 어려웠던 배경이다.


실제로 군 당국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A씨가 접촉한 인물이 '중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밀을 누가 받아 갔는지 특정하지 못했는데 기소 요건이 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신원이 특정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외국 요원이고 (A씨가) 누설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기소나 재판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요원으로 추정된다'는 군 당국 입장이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했던 배경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는 평가다. 기밀을 제공받은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니, 북한과의 연계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간첩죄 적용의 까다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군 당국이 당초 이번 사건을 물밑에서 처리하려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간첩혐의 간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간첩 혐의없음'은 아니다"며 "수사를 더 해야 된다. 간첩죄로 다시 변경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8일 "국방부검찰단과 국군방첩사령부가 2017년경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포섭돼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전을 수수하면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정보사 요원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등 혐의로 구속 수사 후 전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정보사 부사관 출신 A씨
군무원 자격으로 활동
2017년에 협박받고 포섭돼
"범행동기, 결국은 돈 문제"


A씨는 1990년대 정보사 소속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보사 군무원으로 일해왔다.


군 당국이 밝힌 A씨 진술 내용에 따르면, A씨는 본인이 구축해 둔 공작망과 접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중국을 방문했다. 도착 직후 공항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중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체포됐다고 한다. 해당 인물은 '조선말을 쓰는 남자'였다고 한다.


불상의 장소로 끌려간 A씨는 가족에 대한 협박을 받았고, 귀국 후 A씨는 관련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중국 요원과 연락을 주고받던 A씨는 여러 군사기밀을 넘겼고, 2017년 11월부터 현금을 대가로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소 제기를 하려면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차명계좌를 확인해 보니 2019년 5월부터 지인 명의로 현금을 받았다. 누설된 비문은 특정이 됐기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지시를 받고 출력, 촬영, 화면 캡처, 메모 등의 수법을 통해 기밀을 탐지·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북한 내에 있는 휴민트 요원과는 관련이 없다"며 "(유출 대상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인물로, 누설된 인물 중에는 블랙요원 명단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노출된 블랙요원은 귀국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A씨는 탐지·수집한 기밀을 영외 개인 숙소로 무단 반출해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중국 요원에게 전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쓰는 특정앱이 있다"며 "위챗 내부에 여러 게임이 있다. 음성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그 내용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A씨 스마트폰에서) 파일이 2000개 정도 발견됐다"며 "본인이 삭제했는데, 방첩사에서 포렌식으로 살려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A씨의 범행동기로 금전적 이유를 꼽기도 했다. 실제로 A씨는 "돈을 더 주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여러 차례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결국 돈 문제"라며 "40회 가까이 돈을 요구했다. 숫자로 요구한 건 4억원이 넘는다. 수십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실제 받은 건 1억6205만원"이라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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