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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서운한 아내 vs. 아내의 서운함이 버거운 남편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8.20 15:39 수정 2024.08.20 15:39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부부는 싸우더라도 쉽게 화해한다는 말이다. 다만 어떤 싸움은 화해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서로 성격이 다른 경우에는 상대방이 화가 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하더라도 공감하지 못하면서 더욱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심리학은 화해를 도와줄 수 있다. 서로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적절한 대화 방법에 대해 제안해줄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아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당연한 것도 생각 안 하는 남편이 너무 답답해요


결혼 2년차인 30대 A씨는 남편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연애 때는 제법 듬직해서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나서는 태도가 완전히 딴판인 것이다.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볼 때도, 가구나 가전을 구할 때도 A씨가 모두 발품을 팔았다. 결혼 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A씨 혼자만 걱정하는 느낌이다.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잠시 고민하는 시늉은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어떨 때는 ‘잘 하는 사람이 하는게 낫다’고 피해버리기도 한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자녀가 생겼을 때 정말 힘들어질 것 같아 2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A씨의 남편인 B씨도 할 말은 있다. B씨는 우선 너무 바쁘다. 새벽 같이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고, 더러 주말에 출근을 하는 날도 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체력을 겨우 충전하기 위해 잠만 자게 된다. 그리고 B씨보다는 아내가 여러 분야에 대한 취향이 더 확고해서 맞춰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B씨가 ‘이런게 좋지 않냐’고 제안해도 아내가 거절한 일이 여러 번 누적되면서, 먼저 알아보고 선택하기를 체념하기도 했다. 돈 벌어오는 것만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이런 마음을 좀 알아줄 수 없나 서운해진다.


A씨와 남편 B씨의 기질이나 성격, 마음상태 등을 파악하고자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포함한 정서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꼼꼼하고 신중한 아내 vs. 좋은 게 좋은 남편/ 함께 고민하고 싶은 아내 vs. 각자 잘 하는 분야에 집중했으면 하는 남편


검사 결과, A씨는 자극추구(NS) 기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위험회피(HA)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RD)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매사를 꼼꼼하게 알아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고려되며, 섣부른 결정은 절대 내리지 않으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만한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엿보이는 바, 문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자 할 수 있겠다. 때문에 남편과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함께’, ‘신중하게’ 고민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편 B씨는 자극추구(NS)와 위험회피(HA)가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큰 감정적인 동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원하는 것도 싫은 것도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민감성(RD)이 낮은 남편은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주변에 털어놓기 보다도 혼자 고민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적 호소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이러한 모습은 무던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사에 무관심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검사자 제안1 : 아내는 남편의 무던함을 인정하기. 남편에게 도와줬으면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아내 A씨에게는, 남편과 자신이 생각하는 ‘당연한 것’이 매우 다름을 인정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남편 B씨는 욕심도, 불만도 많지 않다. 때문에 A씨 만큼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매사에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당연히’ 각자 잘하는 것을 도맡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근면함과 책임감이 높은 것으로 시사되기 때문에,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남편의 기질적인 무던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업무를 지시하듯 명확하게 전달해보실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생겼을 때는 남편에게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처리해야 할 고민거리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검사자 제안2 : 남편은 아내의 하루 일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태도를 갖고 경청하기. 아내의 희생에 대해 분명하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기.


남편 B씨에게는, ‘아내는 칭찬과 애정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마 A씨는 B씨의 기질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맞춰주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B씨는 정서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에 아내의 이러한 배려를 잘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 있다. 때문에 B씨는 이제부터 ‘아내가 무엇을 배려해주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매일 30분 정도는 ‘아내가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경청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고생했어’, ‘수고했어’, ‘늘 고마워’라고 이야기하셔야 한다. 이 말은 습관이 되어서 곧장 튀어나올 수 있게끔 반복하시는 것이 좋다. 꼭 아내가 원하는 만큼 중대사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고마움을 충분히 표현 할 수 있다면 부부 사이가 훨씬 원만해질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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