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에도 ‘성장’으로 포장되는 기술 특례 상장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8.19 07:00
수정 2024.08.19 07:00
상폐 사유 발생-심사 통과 취소 등 연이은 잡음
투자자 신뢰도 훼손…업계 자정 노력 고민 필요
최근 몇 년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술특례 상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제도를 이용한 기업 중 증시 입성 1년도 안 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상장 직전 거래소 심사 통과가 취소되는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해당 사례들의 숫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증권사 상장주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에서는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상장한 기업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업무에 제한이 걸리는 일까지 등장했다.
최근 거래소는 대신증권에 대해 상장 주관 자격을 제한하는 페널티를 부과했다.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시큐레터가 2023 사업연도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장 시점이 작년 8월이므로 증시 입성 1년여 만에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은 기술평가특례와 성장성 추천으로 나뉘는데 해당 조치로 대신증권은 이 가운데 3년 동안 성장성 추천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지난 3년간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 86건 중 성장성 추천을 통한 증시 입성은 단 2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큐레터도 기술평가특례로 상장했다.
아울러 기술특례 상장 준비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은 이노그리드는 지난 6월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심사 당시 상장심사의 핵심적인 사안인 경영권·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또 성장 가능성 믿고 높은 공모가에도 투자했지만 실제로는 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제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상장을 독려해야 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입장을 고려하며 무조건 반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기술 특례상장 제도가 부실기업을 양산하는 통로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당국 차원에서 보완책도 필요하겠지만 증권사도 당장의 실적보다는 스스로 신뢰 제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