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차 안팔리네"… 궁지 몰린 '원조' 자동차 업체들
입력 2024.08.19 06:00
수정 2024.08.19 09:31
2017년 中서 400만대 팔던 GM, 절반 이상 급감
2분기 中판매량 폭스바겐 19.3% ↓, 포르쉐 39.3% ↓
정부 지원 업은 中 전기차 성황에… 수입 브랜드 경쟁력 약화
GM(제너럴모터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중국 시장에서 돈을 꽤나 벌어들이던 수입차 브랜드들이 궁지에 몰렸다. 중국 시장에서 재기를 꿈꾸던 현대차·기아 역시도 회복이 좀처럼 어려운 모양새다.
내연기관차 시대엔 각 브랜드별 경쟁력이 뚜렷했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한 자국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편 이후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며 수입 브랜드들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올 2분기 중국에서 1억400만 달러(약 141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1억600만 달러(약 1439억)에 이어 분기 연속 적자다.
큰 폭의 손실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GM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에선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실제 중국은 최근 10여년 동안 미국을 넘어선 GM의 최대 시장이었다. GM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했던 2017년에는 무려 400만대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4~2018에는 중국 내 점유율이 14%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2년부터는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GM뿐 아니라 독일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BMW그룹은 BMW와 미니(MINI)를 포함해 2분기 중국 인도량이 전년 대비 4.7% 감소한 18만8495대를 기록했다. 아우디는 2분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11.3% 감소했고, 폭스바겐의 중국 인도량은 무려 전년대비 19.3% 줄었다.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선전 때문이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수입 브랜드들이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엔진의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전기차 시대로 들어서면서는 변별력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국 전기차 육성 정책이 발화점이 됐다. 전기차 공장을 짓고, 개발하고, 양산하는 업체에 지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 역사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차 시대에선 앞서가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서다.
또 테슬라의 압력에 기존 레거시 업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전기차 선두주자'와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 테슬라는 BYD와 같은 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적극적으로 인하하면서 살아남았다.
이에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수입 브랜드들은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새로운 판매 전략을 세우기로 했지만, 업계에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에서 자국브랜드의 시장 장악력이 높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상품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브랜드들은 동남아는 물론 유럽, 미국까지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싼 가격만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을 대변하는 명사가 됐지만, 중국의 전기차 만큼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관세를 높여가면서 중국을 거부하는 이유도 두렵기 때문"이라며 "내연기관의 시대가 언젠가 지나가야한다면, GM, 포드, 벤츠 같은 내연기관시대 영광을 누린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