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폭주엔 저항·민생엔 협치…'취임 100일' 추경호, 단일대오 성과
입력 2024.08.17 09:00
수정 2024.08.17 09:00
여소야대 난국 헤쳐나가려 "뭉치자" 강조
방송 4법 등 野 폭주에 필리버스터 대응
윤대통령·한동훈 사이의 가교 호평 받아
여당인데도 입법 성과 못 낸건 한계로 꼽혀
22대 국회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을 맡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추 원내대표의 성과는 무엇보다 4·10 총선 참패로 형성된 역대급 여소야대 국면에서 '단일대오'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당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추 대표는 이날로써 취임한 지 100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5월 9일 당선인총회에서 102표 중 70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추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108명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당 전열이 흐트러질 경우 거대 야당의 탄핵과 특검 공세를 막을 수 없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입법 폭주에는 저항, 민생에는 협치'라는 기치 아래에서 "똘똘 뭉치자"고 수차례 강조했다.
첫 시험대는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뤄진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당시 총선 낙선·낙천자들의 이탈표가 관건이었던 상황 속에서, 추 원내대표는 이탈표 단속에 공을 들였다. 전임 윤재옥 원내지도부까지 동원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지역으로 내려가 설득했다. 추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편지도 썼다. 그 결과 채상병 특검법을 폐기하는 '방어전'에 성공했다.
위기는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이 관례적으로 여당이 맡는 운영위원장, 2당이 맡는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선포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추 원내대표는 상임위 격인 정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여당으로서 민생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맞섰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대치가 이어지자, 결국 추 원내대표는 6월 24일 여당 몫으로 남겨진 7개 상임위를 수용했다. 그는 원 구성 협상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뒤 백령도로 잠행을 떠났다. 이후 의원들의 재신임을 받으며 닷새 만에 복귀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방송 4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서는 전략을 구사했다. 필리버스터 실효성에 대한 당내 이견은 있었지만, 여당의 절실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마친 의원에게 다가가 포옹한 모습은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과 일일이 식사하며 격려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단일대오를 지켜내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를 막아냈다"라며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추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과 거대야당의 입법폭주라는 한계 속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원내 투쟁과 협상을 주도했다"라며 "입법폭주에는 투쟁했고, 민생에는 협치하자는 원칙을 견지했다"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22대 국회가 아직도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100일 국회는 여야 간 정쟁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막말, 갑질로 점철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겪고 있는 대립과 정치 혼란의 궁극적 배경에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민주주의 파괴는 단호히 저지하면서, 민생과 국익을 위한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추 원내대표가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사이에 엇박자도 크게 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정책위의장 교체 논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 등에서 '투톱' 사이의 엇박자가 그렇게까지 도드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소위 친한(친한동훈)이라는 사람보다 더 많이 한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며 "일정 시점에 서로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면서 방향을 잡아간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부 기사가 나와 한 대표 간에 대단한 이견이 있는 것처럼 하는데 대단한 이견 없다"며 "지금 당이 108명밖에 안 되는데 무슨 파, 무슨 파 이견이 있으면 되겠나. 똘똘 뭉쳐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여당임에도 22대 국회에서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추 원내대표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추 원내대표가 최근 '8월 국회 여야 간 정쟁 휴전'을 선언한 이유다.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무(無)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때 △구하라법(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이 처리될 전망이다. 추 원내대표는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데 있다.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본령"이라며 "여야 모두 하루속히 그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이날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이른바 '한동훈안'을 받을 듯한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추 원내대표의 과제가 됐다. 당내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인데, 추 원내대표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고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