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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 내몰림 부추길라…1기 신도시 ‘이주대책’ 효과는 ‘아리송’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8.15 06:05 수정 2024.08.15 06:05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안 마련, 11월께 확정

유휴부지 활용 및 영구임대 재건축 등 이주대책 포함

주거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가중 우려…이주수요 흡수 한계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기본방침(안)을 내놨다.ⓒ뉴시스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기본방침(안)을 내놨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전세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다양한 이주대책도 마련했는데,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경기도, 1기 신도시 각 지자체와 상설 협의체를 개최하고 노후계획도시 정비 기본계획 수립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줄 기본방침(안)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오는 9월 12일까지 기본방침안 관련 지자체 의견을 듣고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10~11월 중 기본방침을 최종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 안에는 1기 신도시의 원활한 재건축 추진을 위한 이주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오는 11월께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매년 일정 물량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2029년까지 인허가 8만8000가구, 착공 4만6000가구 등 2035년까지 10년간 수도권에 총 10만가구 이상의 추가공급 기반을 마련한단 계획이다.


올해 선정되는 선도지구는 오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이를 감안하면 2027년 이후부터 매년 수만가구 규모의 이주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인 만큼 한꺼번에 이주할 경우 전세난 등 시장 불안을 낳을 수 있어 1기 신도시 각 지자체 안팎에선 이주수요를 흡수·분산할 만한 충분한 주택공급 및 이주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토부는 재건축 대상 지역과 인접한 유휴부지를 확보해 이주주택을 짓고, 인근 공공택지 물량을 활용한단 방침이다. 통상 정비사업 이주주택은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했으나 1기 신도시 이주주택은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공공·민간분양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한다.


분양주택은 이주주택으로 활용 후 리모델링을 거쳐 분양하는 사업모델을 검토한다. 과거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공급한 방식이다. 당시 분양계약자가 입주하기 전 180일 정도 선수촌으로 활용한 바 있다. 1기 신도시에서도 2~3년 정도 이주민을 흡수할 임시 거주처로 활용한단 콘셉트다.


1기신도시 내 영구임대 재건축, 이주민 임시거처 활용
생활 SOC 마련 등 주상복합으로 고밀개발 검토
영구임대 입주민 이주대책 ‘묘연’ 재정착 지원도 ‘글쎄’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1기 신도시에는 13개 단지, 1만4000가구 규모의 영구임대주택이 있다. 분당 4곳(5800가구), 일산 3곳(2300가구), 중동 2곳(1900가구), 산본 3곳(3400가구), 평촌 1곳(900가구) 등이다. 도심 내 우수한 입지를 갖춘 만큼 이를 활용해 신규 주택(임대+분양)을 공급한단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구임대단지가 들어서는 데 대해 인근 주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한번 복덩이로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주상복합 형태로 지역 주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생활 SOC 등을 넣을 수 있는 고밀 공간을 만들면 주거복지 제고 효과도 있으리라고 본다. 1기 신도시 소유주를 위한 단순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바꾸는 것이라 주거복지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건축 단지 이주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영구임대에 거주 중인 입주민들을 내보내야 한단 점이다. 이들을 위한 이주주택을 또 마련해야 하는 셈이니 사실상 이주대책 효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국토부는 영구임대 입주민들이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들을 위한 이주주택을 추가공급하고 향후 새로 짓는 임대주택에 재입주까지 지원하겠단 입장이다.


다만 인근 시세의 30% 정도를 부담하며 영구임대에 거주 중인 영구임대 입주민들이 인근에 임시거처를 마련하려면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영구임대를 주상복합 형태로 재건축을 검토하는 만큼 향후 재입주하더라도 임대료가 오를 여지도 있다.


결국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주거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주대책이 영구임대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 내몰림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이주대책 중 하나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주수요를 해결하겠단 접근이라면 현실성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해 저층부는 소형임대로 고층부는 중대형으로 만들어 이주민들 받는단 식의 개념 역시 소셜믹스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계단계에서 출입동선 구분 등 임대와 분양을 분리하는 것도 지적을 받을 테고, 고층부 중대형을 영구임대로 쓰기도 한계가 있다. 분양하는 방안도 유지관리 등 비용부담 측면에서 분쟁 소지가 명확하다”며 “제한적으로 이주물량을 처리한다면 적합하겠지만,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주비 대출을 받아 비슷한 임대주택을 찾아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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