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펍으로 시작, 뮤지컬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뮤지컬 펍②]
입력 2024.08.16 11:00
수정 2024.08.16 11:00
[르포] 서울 중구 뮤지컬 펍 '캐스팅'
서빙하던 배우들 순식간에 무대 위 배우로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에 무대 기회 제공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뮤지컬 펍 ‘캐스팅(casting)’. 지난 7월25일 오후 6시,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하던 손님들은 입장을 알리는 화려한 불빛과 함께 차례로 캐스팅에 들어선다. 공간의 한쪽 벽면을 채운 스크린에 뮤지컬 영상이 연이어 재생되면서 ‘뮤지컬펍’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데일리안DB
테이블에 착석하면 자신의 테이블을 담당할 서버(Server) 배우를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주문한 음료와 음식을 즐기다 보면, 찾아오는 소등 타임.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조금 전까지 검정 유니폼과 앞치마를 두르고 음료와 음식을 서빙하던 배우들은 순식간에 뮤지컬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이날은 강채연, 최훈호, 진희주, 박홍순이 서버 배우로 손님(관객)을 맞았다. 서버 배우들의 공연은 1시간마다 진행되는데, 한 타임당 평균 3~4곡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날 캐스팅의 첫 무대는 배우 진희주가 시작했다. 피아노 전주가 흐르고 진희주는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캐시가 된다.
넘버 중 하나인 ‘A Summer in Ohio’(오하이오에서의 여름) 특유의 상당한 기교와 맛깔나는 노랫말을 잘 살리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두 남녀 제이미와 캐시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의 5년의 시간을 담은 2인극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특징을 살려 홀로 앉아있는 관객의 테이블에 찾아가 마주앉기도 했다. 관객이 캐시(진희주 배우)의 상대역인 제이미가 된 셈이다.
과거 뮤지컬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이사무엘 대표는 “다른 일을 하면서 뮤지컬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가 여전히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알게 됐고, 기획단계에서 대학로 ‘커튼콜’을 방문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뮤지컬 펍의 가장 큰 강점이 손님들과의 소통이 좋다는 것이다. 손님의 사연에 맞는 맞춤형 공연도 가능하고, 손님이 자신의 테이블 서브 담당 배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꽤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진희주 배우의 마이크를 넘겨 받은 강채연 배우는 뮤지컬 ‘썸씽로튼’의 ‘Right Hand Man’(오른팔)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한된 역할을 하는 것을 거부하며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는 비아로 무대를 누볐다. 배우 박홍순이 남편인 닉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어 배우 최훈호는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너의 꿈속에서’를 선보였고, 네 명의 배우가 함께 ‘올슉업’의 넘버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선보이며 첫 타임 공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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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이날 하루 동안 네 명의 배우들은 모두 5타임에 걸쳐 ‘Defying gravity’(위키드) ‘난 살아있어’(넥스트 투 노멀) ‘키치’(엘리자벳) ‘코르셋’(프리다) ‘한이 쌓일 시간’(서편제) 등 20여곡에 달하는 공연을 펼쳤다.
뮤지컬 펍은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지만, 신인급 뮤지컬 배우나 지망생들에게도 무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캐스팅’에서 3개월째 근무 중인 배우 강채연(25)은 “작품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고민하다가 뮤지컬 펍 오디션에 지원하게 됐다.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오디션과 시간을 견뎌야 하는 배우들에게 작게나마 무대의 기회를 줄 수 있고, 다양한 배우를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면서 “특히 이곳에서 일하면서 배우 강채연이 가진 매력을 더 잘 알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뮤지컬 오디션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뮤지컬계를 떠나있었지만, 뮤지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큰 만큼 이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장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어린아이와 엄마가 함께 오셔서 공연을 보셨는데, 나가실 때 손편지를 써주셨다. 육아 중에 너무 힘들었는데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휴식하면서 힘을 얻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누구나 각자의 생활속에서 힘들고 지치신 분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나마 ‘캐스팅’에서 힘을 얻고 가신다니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이어 “지금은 ‘캐스팅’이라는 작은 펍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뮤지컬계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여러 기획사, 엔터테인먼트사와 제휴를 통해서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캐스팅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