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락 겪은 미국 증시 불안감…서학개미 탈주 움직임
입력 2024.08.11 07:00
수정 2024.08.11 07:00
이달 美 주식 보유금액 8.51% 급감…짙어진 매도세
M7 동반 하락에 대외 불확실성까지…증시 부진 우려
업계 '저점 매수' 목소리…"장기 측면 우상향세 뚜렷"
미국 증시가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후 상승과 하락을 오가자 이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대폭락 사태를 겪은 만큼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 불안감이 고조되면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8월 1~7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금액은 843억3124만달러에서 771억5824만달러로 무려 8.51%(71억7300만달러·한화 약 9조7825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은 미국 주식을 67억3814만달러(9조1854원) 순매도, 67억663만달러(9조1425억원) 순매수했는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도 규모가 매수 규모를 넘어선 것은 이달이 올해 처음이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떠나는 배경으로는 증시 부진이 꼽힌다. 미국 증시는 연초부터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며 투심을 모았으나, 이달 들어서는 우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2.34%(5446.68→5319.31)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각각 3.11%(1만7194.15→1만6660.02), 2.23%(4만347.97→3만9446.49) 하락했다.
특히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S&P500지수(3.00%)와 다우존스산업지수(2.60%)가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경기침체 우려와 11월 대선, 중동 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의해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 증시 호황을 이끌어온 주요 빅테크 기업 7곳 ‘매그니피센트(M7)’의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영향도 있다. 실제로 M7 종목들은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거품 우려와 실적 부진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달 M7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종목은 아마존(-9.93%)이다. 이어 테슬라(-8.31%), 알파벳(-4.99%), 엔비디아(-3.8%), 마이크로소프트(-3.46%), 애플(-2.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여파로 서학개미들은 M7에 대해 매도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엔비디아(11억8610만달러)로 파악됐다. 순매도 상위 10위권을 살펴보면 미국 ETF를 제외한 개별종목은 테슬라(3위·5억8067만달러), 애플(7위·2억2309만달러)까지 총 3개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현재 변동성을 연출하고 있으나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뿐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우상향세가 뚜렷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을 미국 주식의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 금리 인하 이후 주택 경기의 회복이 소비·투자 모두에 긍정적 재료가 될 것”이라며 “대선 등 정책 불확실성까지 해소된다면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침체가 아닌 소폭 둔화 후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순환매가 끝나면 주도주의 부활이 기대된다”며 “미국 반도체주들의 하락률이 20%를 넘긴 상황에서 이달 말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이 반등 실마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종목들을 매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