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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눈이 와도 지진이 나도, 걱정 없는 일본 지자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8.09 14:06
수정 2024.09.20 10:28

[일본에서 찾는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⑦]

올해 날씨는 예측 불가다. 수도권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지만, 같은 시기 전북, 충남에는 호우특보가 발령되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비가 좀 왔으면...”하고 바라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비 때문에 생활 터전을 잃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호우에 피해지역의 뉴스도 심심찮게 보인다. 올해 전북지역 호우피해는 약 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복구액은 1천51억 원이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지자체 중 익산시 피해액만 114억 원에 달한다. 충남은 피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충남 금산군은 357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서천군의 피해액도 51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2024년 집중호우 특별재난지역 선포 현황 ⓒ 행정안전부

이에, 정부는 7월 중순부터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있다. 충남, 충북, 세종, 전북, 경북 등 20여개 지역이 지정되었다. 대체로 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국고지원기준의 2.5배가 초과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 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받은 지역은 공공자원의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주민에게 재난지원금과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도 추가된다.


이러한 사후 지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재해를 조금 더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웃 나라 일본은 재해 대응에 고향납세를 적극 활용 중이다. 재해는 피해지역과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설령 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재원을 즉각 마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향납세를 활용한다면 바로 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2024년 노토반도 지진 관련 고향납세 재해지원 특설 페이지 ⓒ후루사토초이스

올해 초 일어난 노토반도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몇 시간 만에 ‘후루사토초이스’(일본 최초 고향납세 모금 민간플랫폼)에서 지원 모금함이 열렸다. 재해복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도 계속해서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약 8개월간 모금된 금액은 20억엔에 달한다. 후루사토초이스 이외에, 지자체로의 직접 기부나 다른 민간플랫폼을 이용하는 고향납세까지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가 모금되는 것이다.


약 10년간 후루사토초이스의 재해지원 특설 모금페이지에서 모금된 금액은 100억엔이며, 지원한 지자체는 740여개 지자체, 지원한 프로젝트 수(모금페이지 수)는 1,400여개에 달한다. 후루사토초이스가 첫 실시한 이 재해지원 특설 모금페이지의 특징은, 재해지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함의 개설부터, 모금 홍보, 지원 등 다양한 고향납세 관련 업무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고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재해가 일어난 지자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치이다.


재해지역을 돕기위한 대리기부제도의 설명 페이지 ⓒ후루사토초이스

이에 더해, ‘대리기부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재해를 당한 지자체가 현장대응 및 복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협약을 맺은 다른 지자체들이 대신해서 고향납세 모금 창구로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고향납세는 단순히 사후 복구지원을 위한 모금의 측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재해 특설 페이지가 아니더라도, 지자체별 지정기부 내에 ‘재해예방 및 교육과 관련한 사항’에 지원할 수도 있게 되어있다. 재해 이후가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한 기부가 가능한 것이다.


한국도 이제 재해 안전국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자연재해로 428명이 사망하고, 약 4조원의 피해가 있었다며 작년 종합국정감사에서 재난안전부 (또는 재난안전청)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이러한 재해 대응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면, 지자체들 스스로가 재해 대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활로가 열릴 수 있다. 매년 재해가 일어나는 지역이라면, 재해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프로젝트를 지정기부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며, 재해가 처음 발생한 지역이라면, 단순한 주택 지원 등이 아닌,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모금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전 정뱅이마을 임시 대피소(좌), 수해피해모습(우) ⓒ 정뱅이마을

현재,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인 대전 ‘정뱅이마을’은 대피소 생활이 길어지며 각종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지만, 행정의 대응이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원봉사자나 인근 교회 등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해결하는 중이다.


물에 잠겼던 집을 건조하기 위한 제습기도 민간단체가 지원했으며, 빨래를 위한 대형 세탁기는 아직도 구하지 못해 모금 등을 진행하며 도와줄 곳을 수소문 중이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쓰레기조차 치워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중앙에서 재난지원금이 교부된다고 해도, 행정의 속도는 더디기 마련이다.일본처럼 한국에서도 민간플랫폼이 재해 대응에 결합할 수 있었더라면, 신속한 대응으로 재해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움이 크다.


최근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개정된 시행령은 13일간 공포 후, 8월 말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지자체가 자유롭게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홍보 관련 규제가 완화되었다. 또, 2025년부터는 기부 상한액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조정 된다. 지난 6월에는 지정기부도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제도 본연의 취지에 맞게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여러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재해구호법은 자연재난의 경우 모금과 배분이 배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등 선결과제가 많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회재난의 경우에는 비교적 자율적 모금이 가능하다. 민간플랫폼 위기브(Wegive)는 작년 강원도 양구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다. 앞으로 민간플랫폼이 열린 만큼, 다양한 재해 대응에 있어, 고향사랑기부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 법인장admin@fairtraveljapan.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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